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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 오징어 홍어 ‘껍질’ 연구로 치매약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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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 오징어 홍어 ‘껍질’ 연구로 치매약 찾다

입력
2015.10.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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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껍질에서 치매예방 물질 찾아낸 변희국 교수(왼쪽)과 연구팀. 해양수산부 제공
홍어껍질에서 치매예방 물질 찾아낸 변희국 교수(왼쪽)과 연구팀. 해양수산부 제공

지난달 초순 서울 시내 한 대학 실험실에서 실험용 흰쥐를 이용한 ‘Y-미로 실험’이 진행됐다. Y자 형태의 미로에 쥐를 넣고, A→B→C→A→B와 같은 순서를 학습시킨 뒤 이동횟수와 순서를 기록하는, 쥐의 기억력을 측정하는 실험이었다.

미로에는 세 종류의 쥐가 투입됐다. 인지 능력에 전혀 장애가 없는 정상 쥐, 스코폴라민(인지기능 저해물질)을 맞고 기억력이 이상이 생긴 쥐, 그리고 스코폴라민으로 기억력에 이상이 생겼지만 실험 대상인 ‘신약 소재’가 투약된 쥐. 실험 결과, 스코폴라민만 투약된 쥐는 미로를 헤맸지만, ‘신약 소재’가 투약된 쥐는 정상 쥐와 다를 게 없었다.

실험을 한 국내 연구팀은 “치매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가 개발됐다”며 반색했다. 일부 사료용 외에는 죄다 버려지는 홍어의 껍질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질환을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신약 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변희국(51) 강릉원주대 해양생물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해양수산부의 ‘해양바이오 지역특화 선도기술 개발 사업’ 지원을 받아 일군 성과다.

변 교수는 7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에 발견한 (신약)소재가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노인 건강과 치매 예방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어 껍질에서 발견된 새로운 물질은 ‘PEFL 펩타이드’라는 소재다. 변 교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변 교수팀이 치매 유도 물질을 투여한 실험용 쥐에 PEFL펩타이드를 주입했더니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생성이 50% 억제됐다. 뇌세포 생존율도 56%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Y-미로 실험에서 입증이 됐듯 인지기능 개선 효과도 확인됐다. 연구를 지원한 해수부는 “기존 치매 치료제에서 나타나는 간독성(약물 치료 과정에서의 간 손상)이나 구토, 위장장애 등과 같은 부작용의 우려도 없다”고 덧붙였다.

눈길을 끄는 건 ‘홍어 껍질’에서 이 같은 신약 소재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가공 과정에서 대부분 버려지는 생선 껍질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다. 여기엔 ‘생선 껍질’ 전문가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변 교수의 이력 덕이 컸다. 변 교수는 “생선 껍질에는 콜라겐 성분이 많은데, 특정아미노산 서열이 반복된다”며 “효소분해를 시켜보면 특정펩타이드가 나온다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홍어껍질에서 나온 소재도 3년 전부터 시작한 연구의 성과라고 한다.

홍어 외에도 다양한 수산물의 껍질이 변 교수의 연구 대상이다. 까나리와 유사한 바닷물고기인 양미리, 우리나라 동해 북쪽바다에만 나온다는 울릉도 특산종 비단멍게(붉은 멍게), 그리고 대표적인 국민 생선으로 꼽히는 오징어 껍질에서도 치매 예방 소재를 찾는 중이다. 변 교수는 “눈에 띄는 성과들이 나오고 있어 곧 본격 실험에 착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금 당장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할 명약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넘어야 할 단계가 산적해 있다. 변 교수는 앞으로 동물 실험을 한 번 정도 더 하고, 임상실험에 착수할 계획이다. 변 교수는 “국제학술지 기재와 더불어 특허등록 후 기술 이전 할 제약회사와 협의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치매 질환 관련 약물은 20여종이 있는데, 아직 완전한 치료 예방약은 없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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