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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국책은행, 대우조선해양 싸고 사사건건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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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국책은행, 대우조선해양 싸고 사사건건 신경전

입력
2015.10.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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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 "추가부실 채권단에 떠넘길라"

6월 수주한 선수금 400억 미지급

산업은행 "수은, 자금 미지급해 돈줄 옥죄기"

중복 실사나선 수은에 불쾌감도

새우등 터지는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 지연·유동성 위기 우려

숨겨진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른 가운데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가장 많은 여신을 제공한 수출입은행 사이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를 주도해야 할 두 국책은행이 실사와 자금 지원 등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대우조선의 추가 부실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향후 짊어져야 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두 기관이 ‘집안다툼’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이 6월 수주한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한 선수금 가운데 40%인 약 400억원에 대한 지급을 거부했다. 수은은 조선업계의 관행에 따라 수주 직후 수주물량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했고, 발주처 머스크라인이 선수금을 수은에 전액 지급하자 이 가운데 60%만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대우조선의 부채비율과 신용등급이 그 사이 악화돼 내부 규정에 따라 지급을 제한했다는 것이 수은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대우조선은 최대 채권은행인 수은이 사실상 돈줄 옥죄기에 나섰다며 반발한다. 대우조선은 이 때문에 협력사 대금결제나 임직원 급여 지급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과 달리 산은은 같은 시기 수주한 컨테이너선 5척에 대한 선수금을 최근 대우조선에 전액 지급했다. 산은 관계자는 “회사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인데 내부 규정을 근거로 자금 지급을 미루는 것은 국책은행다운 책임 있는 태도는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수은은 선박 관련 여신의 비중이 워낙 큰 탓에 선수금 관리에 대해 엄격한 내부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특히 수은의 자금 미지급으로 회사 경영이 위기에 빠진 것처럼 몰아가는 데 대해선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현재 진행중인 대우조선의 실사 과정에서도 두 기관의 마찰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산은은 지난 7월부터 삼정회계법인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를 시작해 지난달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은이 지난달 초 별도로 삼일회계법인을 투입해 대우조선해양 실사에 참여했다. 국책은행 두 곳이 중복 실사를 실시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 실사의 완료 시점은 약 2주 가량 늦춰진 상태다.

두 기관의 이 같은 갈등의 배경엔 최대주주와 최대채권자라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있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을 31.5%로 보유한 최대주주이면서 RG나 선박 제작금융 등의 명목으로 총 4조원 가량의 자금을 대출해 준 채권은행이다. 반면 수은은 대우조선에 약 12조원이 물려 있는 최대채권은행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은의 경우 담보가 잡혀 있는 대출 비중이 높은 반면 수은은 그렇지 않아 상대적으로 돈을 떼일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안다”며 “수은 입장에선 대우조선 부실에 가장 책임이 큰 산은이 주도하는 실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불신은 실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서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추가 부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추가 부실로 자금 지원이 불가피해질 경우 수은은 대주주인 산은이 유상증자나 자산매각을 선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산은은 채권단이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그림을 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국책은행의 갈등이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 지연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양측 회계법인 실사결과에 이견이 생길 경우 경영 정상화 방안의 수립이 미뤄지고, 유동성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실사가 길어질수록 신인도 하락으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대우조선에 투입한 국민의 세금을 제대로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국책은행들이 힘을 합쳐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도를 찾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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