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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의무도 양극화… 고위공직자 자녀 30명 국적 포기해 면제

입력
2015.10.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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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有錢) 면제, 무전(無錢) 복무’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돈, 고위직 부모 등 배경이 있는 집 자식들은 손쉽게 군 면제를 받고, 서민의 자녀들이 이들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는 현실을 꼬집는 말이다. 의무 복무를 ‘선택 복무’로 만드는 놀라운 힘을 가졌다고 해서 고위공직자들의 자녀들은 ‘신의 아들’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 나라의 녹을 먹는 고위 공직자들의 아들 중에는 군 면제를 위해 한국 국적을 버린 ‘외국인’들이 꽤 됐다. 서민들은 군에 들어가는 것마저 하늘의 별 따기인데 이들 자녀들은 외국 국적을 무기로 상당수가 병역을 포기하는 ‘입대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4급 이상 공직자 26명의 자녀들 가운데 30명이 국적 포기(국적 이탈ㆍ상실)로 병역 의무에서 벗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적 이탈은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다가 18세 이전에 외국 국적을 선택한 경우고, 국적 상실은 자진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을 말한다.

공직자들이 유학 등 외국에 체류할 때 자식을 낳고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령 이석재 경남생활체육회 사무처장의 세 아들은 스페인에서 태어나 쭉 그 나라의 국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고, 신원섭 산림청장과 변윤성 석유공사 상임감사의 아들도 국적이 각각 캐나다와 미국으로 돼 있어 군대에 가지 않았다.

공직자 자녀들이 이처럼 국적 포기를 주도하는 탓에 ‘국적 이탈 및 상실’로 병역 면제를 받는 사람들도 급증세다.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2012년 2,842명에서 작년 4,386명으로 증가했고 올해도 7월까지 2,374명이 이 같은 이유로 입대하지 않았다.

외교관의 자녀들은 부모 직업의 특수성을 십분 활용해 이중국적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외교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자녀 가운데 이중국적자가 8월 기준 152명에 달했다. 2013년 130명, 작년 143명에 이어 올해도 증가세인 것.

이런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자 병역을 이행하지 않으면 국적회복을 불가능하게 하는 ‘국적법 개정안’이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1년 넘게 법제사법위원회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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