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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폭스바겐과 정직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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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폭스바겐과 정직의 미래

입력
2015.10.0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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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윤리학’ 분야가 막 발전 단계에 있던 1970년대 이 용어를 사용했다면 누구나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모순어법 아닌가요?” 이렇게 말하고 나선 흔히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유명한 격언을 되풀이한다. 회사 중역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법적으로 가능한 한 주주에게 최대로 많은 돈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이후 40년간 사업가들은 프리드먼의 말을 인용하는 대신 회사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책임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해당사자란 주주뿐만 아니라 고객, 피고용인, 그리고 사업가들이 속한 공동체의 구성원들까지 포함한다.

2009년 하버드 경영대의 최고 우등생들 사이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졸업하겠다는 선서가 퍼졌다. 소수에 불과했지만 그렇게 했던 이들은 “윤리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일을 추구하겠다고 맹세했고 “기업과 기업이 봉사해야 할 사회에 해를 주지 않고 나 자신의 얄팍한 야망을 키우는 결정과 행동에 맞서 선의로” 자신들의 기업을 경영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이후 250개 경영대 학생들이 비슷한 맹세를 하면서 윤리적 비즈니스에 대한 생각이 퍼져 나갔다. 9만명의 네덜란드 은행계 종사자 모두는 올해 진실을 다해 일할 것이고, 고객의 이익을 (주주들을 포함한)그 어떤 것보다 우선할 것이며, 솔직하고 투명하게 행동하는 한편 사회적 책임에 맞게 일하겠노라고 다짐했다. 호주에는 자발적인 금융 회계 선서가 있는데, 지금까지 이 선서를 한 300여명은 잘못된 행동을 발견하면 공개적으로 밝혀야 하고 남들도 그렇게 하도록 권해야 한다.

지난 8월 회사 중역인 베로니크 로리는 자신의 직업적 야망이 “더 넓은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유럽과 아시아에 1,200개 가량의 매장을 두고 있는 주택 보수용품 소매업체 킹피셔가 아닌 자선 활동에 대해 말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9월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달걀을 구매하는 맥도널드가 윤리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사업체들이 양계장 계란 사용을 점차 줄이겠다고 밝힌 것이다. 미국 동물보호단체 휴먼소사이어티의 폴 샤피로 부회장은 이런 움직임이 지금까지 미국의 계란 산업을 지배해온 잔인한 도살용 닭장을 막는 첫 신호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폭스바겐이 1,100만대의 디젤 차량에 배기가스 조작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소프트웨어는 평소엔 기준치를 훨씬 뛰어넘는 양의 배기가스가 배출되지만 검사 때만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여 검사를 통과하도록 해준다. 스캔들이 계속 터지는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에게 “팽배해 있는 속임수”가 도덕적 행위를 한물간 것처럼 만드는 게 아닌지 물었다. 신문은 그들의 대답을 모아 기사를 쓰면서 “정직은 바보들을 위한 것인가”라는 제목을 달았다.

냉소적인 사람들은 지난 40년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거라고 말할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윤리학을 말하는 건 모두 이익 극대화라는 궁극의 목표를 위장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속임수는, 심지어 이익 극대화라는 기준으로 봐도 매우 무모한 도박이어서 이상하다. 폭스바겐에서 일하는 누구라도 그 소프트웨어가 어떤 것인지 알았다면 회사가 이 때문에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걸 예측했어야 했다.

이런 종류의 도박에서 질지 어떨지 알려면 사실 차량이 국가 배기가스 검사를 받을 때 얻는 배출 결과가 일반적인 운전 때 발생하는 결과와 비슷하다는 것만 확인하면 된다. 2014년 국제청정운송위는 웨스트버지니아대의 대안 연료ㆍ엔진ㆍ배기가스 센터에 그걸 의뢰했다. 그 소프트웨어 계략은 금세 흐지부지됐다.

폭스바겐 주가는 추문 이후 3분의 1 이상 폭락했다. 회사는 1,100만대 이상의 차를 리콜해야 하며 미국에 내야 하는 벌금만 해도 18억달러에 달할 것이다.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은 건 회사의 명성이다.

시장은 “정직은 바보들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주고 있다. 대답은 이렇다. “아니다. 정직은 장기적 관점에서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물론 어떤 기업은 속임수를 쓰면서도 용케 들통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 속임수에 걸려들 위험이 있다. 그리고 특히 브랜드의 명성이 가장 중요한 자산인 기업에 이런 위험은 감수할 가치가 없다.

정직은 이해당사자들에게 돌아가는 금전적인 수익이란 뜻의 “가치”만을 말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그 가치를 극대화한다. 가치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에서 취하는 만족이란 의미를 포함할 때는 이 사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2000년대에 성인을 맞은 세대는 단지 돈만 버는 것보다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효과적 이타주의”를 퍼트린 세대다. 이 효과적 이타주의는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한 돈을 털어줘 버리도록 권장한다.

밀레니엄 세대 인구가 지금 폭스바겐과 또다른 대기업들을 경영하는 세대보다 많아지면 윤리학이 정말 중요한 가치들을 극대화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더욱 굳건히 자리잡을 것이다. 최소한 그때가 되면 대기업들 사이에서 폭스바겐 스캔들 같은 건 점점 드문 일이 될 것이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ㆍ윤리학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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