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방북한 중국 서열 5위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친서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서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북중 우호는 영광스러운 전통이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 동지들과 함께 북중 우의를 잘 수호하고 공고히 하며 발전시켜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날 오전 류 상무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공산당 방북 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11년10월 당시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방북한 뒤 4년 만이다.
류 상무위원의 방북은 표면상으로는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10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노동당 창건 60주년과 65주년에도 대표단을 파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방북은 2013년2월 북한의 3차 핵 실험 이후 단절된 북중 고위급 교류가 재개된 것이란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제5세대 지도부가 출범한 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방북한 것은 처음이다. 정치국 상무위원보다 급이 낮은 정치국 위원이 방북한 60주년과 2박3일 일정에 그쳤던 65주년과 비교해도 실세 상무위원이 3박4일 북한을 찾는 것은 중국이 그만큼 북한에 신경을 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류 상무위원은 김 제1위원장과 단독 면담을 갖고 시 주석의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친서 내용은 확인되지 않지만 북중 우호 관계를 강조하는 대목과 함께 김 제1위원장이 편리한 시기에 방중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10년10월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당시 저우융캉(周永康)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방북했을 때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요청하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친서가 전달됐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듬해 방중했다. 시 주석의 친서를 받은 김 제1위원장이 이르면 내년 방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그러나 핵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이해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 지도자 교류가 성사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외교가의 분위기다.
김 제1위원장과 류 상무위원이 핵 문제를 논의할 지도 관심사다. 그러나 잔칫집에 간 만큼 얼굴을 붉힐 안건은 피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류 상무위원을 보내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였지만 김 제1위원장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며 “여전히 열쇠는 북한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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