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중립 학자들 모두 참여, 폭넓은 이념·스펙트럼 최대 반영
논란 많은 근현대사 쟁점 사안은 최종 합의 도출 안 되면 반영 않기로
심의기구도 각계 전문가들 망라
"쟁점 사안 빠지면 반쪽 교육 우려"
정부가 국정 한국사 교과서를 편찬하기 위해 통합 집필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진영은 물론 중립적 입장의 학자들까지 모두 참여하는 집필진을 꾸리고 논란이 많은 근현대사의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최종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교과서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9일 “국사편찬위원회가 집필진을 공모할 때 역사학계의 폭넓은 이념과 스펙트럼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보수와 진보, 중립 성향의 학자들을 모두 참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의 개발 책임을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 사실상 위임한 가운데 국편은 집필진에 참여할 학자와 교사 명단까지 이미 확보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교과서 개발 과정에 역사학자는 물론 교육ㆍ헌법학자 등 각계 전문가로 별도심의 기구를 구성해 집필 단계마다 심의를 거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교육계나 역사학계에서 이념 논쟁이 치열한 일제시대 및 해방직후, 개발 독재시대의 세 시기를 거론하며 “논란이 많은 쟁점에 대해서는 집필진이 치열한 논의를 거쳐 합의를 도출할 때만 교과서에 반영하는 식으로 운영한다면 이념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 진영에서 문제삼고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일 행적 논란이나, 보수 진영에서 지적하고 있는 북한의 주체사상 기술 대목에서 집필진이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교과서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역사학계 등에서는 집필진을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더라도 논란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진보 진영의 한 역사학자는 “역사학자의 90%가량이 국정화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형 집필진을 구성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며 숱한 쟁점사안에서 일일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다른 역사학자는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쟁점을 교과서에서 제외한다면 학생들에게 반쪽짜리 역사를 가르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새누리당과 교육부는 이외에 11월까지 집필진 구성을 마치고 1년 동안 집필, 2~3개월 심의를 거치는 등의 교과서 편찬 일정을 포함한 국정 교과서 개발 계획을 11일 당정 협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당정 협의가 순조로울 경우 교육부는 12일 최종 방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여권 관계자는 “발표에 나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일문일답을 통해 그 동안 제기됐던 각종 우려나 문제점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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