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한반도 비핵화 목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다시 천명했다. 김 제1위원장은 핵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도 안정적 외부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은 9일 평양에서 노동당 창건 70돌을 맞아 공식 방문한 류 상무위원 등 중국공산당 대표단을 접견했다. 류 상무위원은 이 자리에서 김 제1위원장에게 시 주석의 친서를 전달했다. 류 상무위원은 이어 노동당 창건 70돌을 축하하고 북중 우호 관계를 강조한 뒤 한반도 문제를 꺼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유관 각방의 이익에 부합하고 이 지역과 세계 평화의 안정을 지키는 데도 유리한 만큼 유관 각방은 공동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목표,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의 해결을 견지해 왔으며 이를 위해 응당 해야 할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과 공동 노력, 빠른 시일 안에 6자 회담을 재개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의 일관된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노동당 창당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북한을 찾은 중국의 최고 지도부 인사가 김 제1위원장의 면전에서 한반도의 안정과 비핵화를 촉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대해 김 제1위원장은 “북한은 현재 경제발전과 민생개선을 위해 평화롭고 안정된 외부 환경이 필요하다”며 “북한은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위해 계속 노력하길 원하고 있으며 유관 각방도 공동 노력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인민일보가 전했다. 이는 핵 문제를 두고 중국과 격론을 벌이는 것은 피한 채 사실상 ‘경제ㆍ국방 병진 노선’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제1위원장과 류 상무위원의 이러한 대화 내용은 중국 매체에만 보도됐고 북한 매체에선 확인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가 손님들과 북중 두 나라 관계의 강화 발전과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전했다.
류 상무위원은 이날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와 만난 자리에서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밝히고 “남북한의 관계 개선과 화해 협력으로 자주평화통일을 최종 실현할 것을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 비서는 “남북이 서로 성실하게 상대방을 대한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다”며 “북한은 남북대화를 계속 추진, 북한의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중 양국이 우호적인 면담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며 북중 관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핵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 입장만 확인하는 선에서 논의를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중 관계가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고 설명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