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연휴 동안 국정화 작업 가속
野, 긴급대책회의… 전방위 공세
서로 종북·친일 논란 재점화 의도
"지지층 결집 효과"… 전망은 엇갈려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를 끝낸 여야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둘러싸고 다시 격돌하고 있다. 역사 해석은 보수ㆍ진보 진영의 오래된 대치전선이라는 점에서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있는 여야가 이념의 ‘프레임 전쟁’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한 치 양보 없는 與野의 역사전쟁
지난주 연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드라이브를 걸던 새누리당은 연휴인 11일에도 당정협의를 열어 국정화 작업에 속도를 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에서 “지금의 역사교과서는 반미ㆍ친북사관, 계급투쟁론과 민중사관을 학생들에게 주입하고 있다”며 “객관적 사실과 헌법에 부합하는 교과서 단일화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용남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현재의 역사교육은 다양성이란 미명하에 사실상 편향된 한 가지의 시각만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있다”며 “역사교과서 정상화는 반드시 완수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라고 주장했다. 당정협의 참석자들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의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비슷한 시각 새정치민주연합도 맞불 성격의 역사교과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국정화 총력 저지를 다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할 일과 시민단체가 할 일, 그리고 양측이 연대해서 할 일 등을 나눠 효과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정부ㆍ여당의 국정화 추진을 막아내겠다”고 역설했다.
새정치연합은 나아가 정부가 국정화 고시를 발표하는 즉시 황 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키로 했다. 또 국정화 문제를 주요 법안ㆍ예산안과 연계하는 것은 물론 장외투쟁까지 검토할 방침이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정화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모든 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여론전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통합교과서로 학생들의 부담을 덜 수 있다”며 학부모들의 마음을 잡는 쪽으로 우선적인 방향을 잡았고, 반면 새정치연합은 보수ㆍ진보를 가리지 않고 국정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은 시민사회단체ㆍ역사학계와의 공동 행보에 초점을 맞췄다.
다시 등장하는 종북과 친일의 프레임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역사전쟁이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이념전쟁이나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실제 여권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근거를 찾기 위해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는 한 목소리로 “근ㆍ현대사 집필진의 상당수가 전교조 소속”이라며 교육부의 검ㆍ인정을 통과한 현행 교과서를 반(反)대한민국 사관에 근거한 ‘좌파 교과서’라고 비난했다. 여권의 다른 핵심관계자는 “역사학계의 95%가 좌파여서 검정 체계 손질로는 역사왜곡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야권은 보수진영에 ‘친일ㆍ독재 이미지’를 덧칠하기 시작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정부ㆍ여당의 국정화 추진 움직임에 대해 “아버지는 친일파 중용, 딸은 구국파 중용”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유은혜 대변인도 “일본의 역사왜곡을 주도한 ‘새로운 역사교과서 모임’이 대한민국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듯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국정화 추진을 유신독재의 재연 시도로 규정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이 같은 움직임을 공히 총선용으로 규정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의 선거에서 친일ㆍ독재 논란에 대해 심판을 받은 만큼 이번에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도 “새정치연합이야 정부ㆍ여당의 국정화 움직임에 대응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념적 문제가 부각되면 모래알처럼 흩어진 진보진영이 똘똘 뭉친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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