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열들의 유지를 계승해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창조하자.”
중국 서열 5위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지난 11일 평양의 ‘조국해방전쟁기념관’을 찾았을 때 방문록에 쓴 글귀다. 3박4일 간 이어진 그의 방북 일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앞으로 북중 관계 회복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방북한 류 상무위원과 중국공산당 대표단이 12일 귀국했다고 전했다. 지난 9일 평양에 도착한 류 상무위원은 그 동안 북중 관계 복원을 위한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도착 당일 김 제1위원장을 만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했다. 10일에는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을 김 제1위원장과 함께 지켜보고 평양 ‘조국해방전쟁기념관’을 참관했다. 11일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태양궁을 찾아 헌화한 뒤 평안남도 안주시의 중국인민지원군 능원도 찾았다.
류 상무위원이 이례적으로 긴 3박4일 동안 북한에 머무른 것은 중국이 그 동안 소원해진 북한을 다시 끌어안겠다는 뜻을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특히 류 상무위원이 방문한 조국해방전쟁기념관과 중국인민지원군능원은 피로 맺어진 양국 간 관계를 상징하는 곳이다. 오는 25일은 중국인민지원군의 항미원조(抗美援朝) 참전 65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류 상무위원의 방북 이후 북중 관계는 2013년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냉각돼온 분위기를 일신, 사실상 새 출발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 제1위원장이나 시 주석이 당장 상대국을 방문하긴 힘들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한 고위급 교류와 준비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중 경제 협력 사업이 재개되고 줄어들고 있는 북중 교역량이 다시 늘어날 지도 관심사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이 류 상무위원을 만났을 때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힌 점이 주목된다. 이는 북한이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위한 중국의 도움을 간접 요청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조만간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인도적 원조의 선물 보따리를 건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북중 분위기가 개선되면 지난해 10월 공사 완료에도 개통식을 아직 못 열고 있는 신압록강 대교가 이르면 내년초 이어질 수도 있다. 북중 경협의 상징으로 2011년6월 착공 이후 사실상 방치된 상태인 황금평 경제 특구가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감도 없잖다.
북중관계 전문가는 “중국이 김 제1위원장을 면밀하게 살펴 본 기회가 됐고 고위층 교류도 복원된 만큼 북중 관계는 새 방향을 잡을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이 로켓 발사나 핵 실험을 한다면 양국간 관계는 다시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