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무리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눈치를 살피며 혼란을 자초한 교육부의 대응방식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정화 향배에 대해 끝까지 입을 다문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해선 “교육부를 ‘당청 2중대’로 전락시켰다”는 원색적 비난이 거세다.
황 부총리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국정화 결정의 열쇠를 가진 책임자가 결정 시한이 임박할수록 청와대와 여당 뒤에서 여론의 동향만 살폈다는 것이다. 그의 행보와 달리 청와대 관계자는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한 최종 입장엔 변화가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일관된 의중을 언론에 전했다. 여당 역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이 나서 “현 검정 교과서는 ‘반 대한민국’사관을 담고 있다”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이슈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당청이 주무부처를 대신하고, 정작 반발여론을 적극 설득을 해야 할 교육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이다. 그렇다고 교육부가 끝까지 침묵하지는 않았다. 국정교과서 논란이 확산되자 당청 논리에 힘을 보내기 위해 “마치 북한 교과서 일부를 보는 것과 같다”며 이미 검인정을 마친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기 모순을 범한 것이다. 황 부총리의 교육부는 국정화 의견수렴 과정도 불통 방식이었다. 정부는 국정화 논의를 위해 지난해 두 차례 관련 토론회를 열고 여론조사도 실시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역사학계는 의견 수렴이 형식적으로 이뤄졌고, 실제로 반영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황 부총리와 교육부의 눈치보기는 지난 8일 국정감사 자료를 여야 의원들에게 차별 제공한 데서 극에 달했다. 당시 교육부가 여당 의원들에게만 현 검정교과서가 좌편향 됐다는 취지의 ‘고교역사교과서분석자료’를 제공한 데 대해 야당 의원들이 자료 제출을 강력히 요구하자, 황 부총리는 “특정 정당의 의원이 요구해서 보낸 것인 만큼, 여야 합의를 전제로 제공하겠다”며 끝까지 거부했다.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교육부는 국정화 추진에 자신도 없고 능력도 없던 것으로 보인다”며 “여당을 설득시키기 보다는 당청이 하라는 대로 하는 돌격대 역할만 했다”고 꼬집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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