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인정 교과서, 北 책임 희석 꼼수
이승만·박정희 공로 평가엔 인색
자유민주주의 체제 부정하는
역사학자들 교과서 집필 자격 없어
“좌편향 교과서들은 북한의 공산주의 체제를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체제보다 우월한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
권희영(59)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1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왜곡된 역사 인식을 바로잡는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한 역사인식과 부실한 사료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2013년 발행)의 대표 저자다. 소련 사회주의, 소련 내 민족문제 등을 연구했지만, 소련 붕괴 후 사회주의 연구에서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한 한국을 설명하기 위한 역사연구’로 방향을 전환했다. 2011년에는 뉴라이트 계열 학자가 주축을 이룬 한국현대사학회 초대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국정 교과서의 집필진으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권 교수는 현행 검인정 역사교과서를‘좌편향 교과서’로 규정했다. “어떻게든 북한의 책임을 희석시키려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그 근거로 중국과 북한이 의도적으로 도발한 6ㆍ25를 남북한 군사적인 충돌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전쟁이 일어난 것으로 서술한 점, 김일성 유일체제를 확고히 한 북한의 사회주의 헌법제정(1972년)은 소략하게 서술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체제는 과도하고 장황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현행 검인정 교과서를 지지하는 진보진영에서는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관이 ‘친일ㆍ독재’를 정당화한다고 비판하지만, 그는 오히려 검인정 교과서가 친일ㆍ독재를 미화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김일성이 친일파를 대거 등용해 요직에 앉힌 사실을 모른 척하고, 3대 독재에 대해 비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이룬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의 공로에 대해서는 평가가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국정교과서가 ‘역사의 해석의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 그는 “역사를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그 위에서 자유롭게 사고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권 교수는 수위를 더 높여 “자유민주주의체제를 거부하는 역사학자들을 역사학계에서 추방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학계의 주류를 이루는 역사학자들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이들로, 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공산주의나 북한의 주체사상의 영향을 받은 좌편향적 사고를 가진 이들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는 역사학자들은 교과서 집필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교학사 교과서에 쏟아졌던 비판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표시했다. 그는 “교과서가 발행되기도 전에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했다는 등의 루머가 유포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며 “이같은 날조된 비판은 역사학계가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당시 교학사 교과서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한 서술과 다른 교과서들에 비해 최대 4배나 많은 251건의 수정ㆍ보완 권고를 받아 왜곡ㆍ부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지용기자 cdr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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