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턴 "불평등이 경제 성장 이끌어"
富의 집중 경고한 피케티와 달리
한결 낙관적인 시각으로 접근
디턴, 피케티의 연구 상세한 소개
성장률 저하가 불평등 확대 요인 서술
전문가들 "두 학자 공통점 많아" 분석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그의 주요 연구주제인 경제적 불평등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상위계층에 부(富)가 집중되는 형태의 불평등 심화를 경고한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의 저서 '21세기 자본'이 지난해 한국, 미국, 유럽 등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터라, 피케티와는 또다른 디턴의 불평등 이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턴이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이끄는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는 등 피케티보다 한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는 있지만, 두 학자의 견해를 완전히 대립적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13일 경제학계 등에 따르면 불평등에 대한 디턴 교수의 입장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위대한 탈출'(원제 'The Great Escape'·2013)에 집약돼 있다. 선진국, 개발도상국, 저개발국을 망라해 지난 250년 간의 성장과 불평등의 관계를 분석한 이 책에서 그는 "각국의 성장이 전세계의 빈곤층을 줄이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며 경제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을 "수억 명이 '대탈출'(빈곤 해소를 탈옥에 빗댄 말)을 감행할 수 있게 했다"며 상찬한다.
디턴 교수는 "여전히 수백만명이 끔찍한 빈곤과 영유아 사망을 경험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이 세계는 너무나 불평등하다"고 진단한다. 세계화를 통한 경제성장이 빈곤 해소를 통해 지구촌을 평등하게 하지만 한편으론 "(국내적으로)새로운 불평등을 낳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그러나 그는 불평등과 성장의 관계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불평등이 "(더 부유한 사람)따라잡기"로 이어질 경우 성장이 평등을 확대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타인의 부(富)가 우리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해 염려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경제성장의 힘을 낙관하는 디턴 교수의 이러한 견해는, 경제적 불평등 확대를 자본주의 경제의 내재적 문제로 파악하면서 "유럽 극우화 현상이 보여주듯이, 불평등 심화는 성장에서 소외된 이들이 세계화 흐름에 대거 등 돌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경고한 피케티의 입장과 대비된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소득분배 균등도가 경제발전 초기엔 하락하다가 성숙 단계에 들어서면 다시 높아진다는 '쿠즈네츠 가설'을 기준으로 한다면 디턴 교수는 가설을 긍정하는 쪽, 피케티는 부정하는 쪽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디턴 교수가 지난해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불평등은 성장의 결과이면서 성장과 진보를 이끄는 동력이다" "모든 사람이 동시에 부자가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내에선 불평등 문제를 '디턴 대 피케티' 구도로 파악하는 경향이 강화됐다.
그러나 디턴 교수를 '피케티의 대항마'로 여기는 시각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지적이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디턴 교수의 주된 관심은 '빈곤'으로, 그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빈곤 상태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상태를 '불평등'으로 지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과 저개발국을 아울러 경제적 평등도를 가늠하고 있는 디턴 교수의 시각을, 선진국 내부 계층 간 부의 집중도에 초점을 맞춘 피케티 교수의 불평등론과 단순 비교할 수 없으며, 두 학자의 논의는 오히려 '보완적 관계'로 보는 게 맞다는 것이다. 실제로 디턴 교수는 '위대한 탈출'에서 피케티 교수의 소득불평등 연구를 여러 쪽에 걸쳐 자세히 소개하면서, 피케티가 지적한 최상위계층으로의 소득 집중이 "상당한 경제성장을 이뤘는데도 빈곤 문제 해결엔 진전이 거의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두 학자를 대립적으로 파악하는 건 난센스"라며 "피케티 교수의 주장이 큰 호응을 얻자 (우파 일각에서)대항마로 디턴 교수의 논의를 무리하게 끌어온 결과로 보인다"고도 했다.
신관호 교수도 "최근 디턴 교수가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룬 미국의 불평등 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한 것이나, 디턴과 피케티 모두 불평등 확대의 요인으로 성장률 저하를 지목하는 등 두 학자 사이엔 공통점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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