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서 "필요 땐 허용" 답변
정책 혼선 지적에 "용인 안 돼" 선회
황교안 국무총리가 14일 유사시 일본군 자위대의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정책 혼선이라는 지적을 받고 입장을 선회하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일본의 안보법제 개정에도 불구하고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사실상 불허한다는 게 그 동안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황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일본이 우리와 협의해서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한반도 위기 상황 때 한국에 있는 일본인 약 3만7,000명의 신변 위협을 이유로 자위대를 파견하려 하고 전시작전권을 가진 미국이 이를 요청하면 거부할 수 있느냐”는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황 총리는 “일본과 직접 협의가 있었고 미국과 함께 한 3자 협의도 있었다”고도 말했다.
강 의원이 놀란 표정으로 “아주 심각한 말을 했다. 필요하면 일본군이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라고 재차 따지자 황 총리는 “우리가 판단해서, 필요한 범위 안에서 부득이한 경우 상의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국내 입국 허용 가능성을 거듭 밝혔다. 강 의원은 “우리 동의 아래 일본 자위대가 진출할 수 있다는 조약이나 협정이 있느냐”고 되물었는데도 황 총리는 “조약이나 협정의 문제는 아니고, 양국이 협의를 통해 포괄적으로 논의했고 구체적 요청과 약속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같은 기조로 답했다. 강 의원은 이에 “과거 일본군은 (심지어) 제물포ㆍ톈진 조약 등을 악용해 일본 거류민 보호를 이유로 인천 부산에 진출했고 청일전쟁을 도발해 한국을 식민지화 하려 했다”고 꼬집었다.
황 총리는 그러나 정부의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오후 추가 답변을 통해 “우리 정부의 동의가 없으면 일본 자위대의 입국이 용인되지 않는다 하는 게 기본입장”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분명히 안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 우리의 요청이 없으면 어떤 외국군도 들어올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황 총리는 이날 한국형 전투기(KF-X)사업과 관련한 기술 이전 논란에 대해 “(한미) 국방당국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만에 하나 우리가 4대 핵심 기술을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경우 국내 개발도 검토하고 제3국과 기술협력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은 북한 노동당 창설 7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KN-08 미사일의 능력에 대해 “(핵탄두) 탑재가 완전히 가능할 정도의 수준에 올랐다고 평가는 내리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장석준 인턴기자(명지대 정치외교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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