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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쟁점 근현대사 학자 다수 외면… 집필진 '구인난' 심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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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쟁점 근현대사 학자 다수 외면… 집필진 '구인난' 심해질듯

입력
2015.10.1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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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계 전반에 국정 반대 목소리

고대사 등도 필진 찾기 힘들 가능성

우편향·친정부 인사 위주 꾸며질 듯

황우여 "내락된 분 많다… 잘될 것"

사전준비 통해 구성 완료 관측도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한국사교과서 국정 전환을 강행한 뒤 역사학자들의 집필 거부 선언이 잇따르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집필진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어가고있다.지난 14일 연세대 사학과 교수 13명을 시작으로 고려대, 이화여대 등 각 대학 교수들과 역사학회 연구자들의 집필거부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화 방침이 확정된 12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전반에 노ㆍ장ㆍ청을 아우르는 분들을 초빙하겠다”고 밝혔지만, 학계 전반의 부정적 여론을 감안하면 참여 가능한 학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독립운동사ㆍ정치사ㆍ경제사 등 각 분야 연구자 5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근현대사학회가 15일 집필 불참을 선언하면서 이 같은 분석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한국사에서 가장 큰 쟁점인 근현대사를 서술할 비중 있는 연구진 다수가 참여하고 있는 학자 그룹이 국정화를 비토하면서,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가할 역사학자는 사실상 일부 극우 또는 친정부적 성향의 인물 이외에는 찾기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방은희 역사정의실천연대 사무국장은 “근현대사는 물론 역사학계 전반에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고대사 등 다른 시대 필진 역시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배 위원장은 이런 가능성을 예견한 듯 12일 “역사가만이 아니고 정치, 경제, 사회,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분들을 초빙해 (집필진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역사학계는 이럴 경우 역사 서술이 특정 분야에 매몰되거나 보편적 역사인식과 어긋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뉴라이트 단체들로 구성된 교과서포럼이 제작한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다. 집필자들은 “대다수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돼 있다”며 이 책을 만들었는데,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용직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 집필자 12명 중 역사학자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 책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해방 후 남한 경제발전의 동력이 됐다는‘식민지근대화론’의 시각으로 쓰여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대한민국 건국자로 부각시켰고,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통치가 한국의 잠재력을 최대로 동원했다고 평가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왕현종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이른바 뉴라이트의 대안교과서는 사회에서 인정되는 일반적인 인식을 벗어난 승자의 관점 또는 경제적 효율성 차원에서 역사를 기록했다”고 평했다. 그는 “국정교과서는 집필진이 다양하더라도 언제든지 정부의 입맛에 맞도록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미 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 구성이 완료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역사는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최근 발언과 국정화 발표 당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집필자 섭외와 관련 “이미 내락된 분들이 많다”고 밝히고 집필거부 움직임이 가시화된 14일에도 “(집필진 구성은)잘 될 거다”라고 밝힌 점 등을 고려하면 사전 준비가 상당히 진척된 상태에서 국정화가 공식화 됐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에 대해 김연석 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장은 “집필진은 아직 구성되지 않았으며 다음달 초 확정 고시 후 공개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역사학자들은 결국 우편향 교과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의 현 국정화 추진방침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정부가 양심에 따라 교과서를 만든 학자들을 좌편향으로 매도해 사실상 집필에서 배제시킨 만큼, 양질의 교과서가 나오기는 힘들다”며 “여론을 다시 수렴해 결정을 재고하거나 적어도 필진 공모를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왕현종 교수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교과서를 만들면 졸속제작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역사교과서는 역사학자와 역사교사들이 집필 할 때 완성도와 균형감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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