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국정화의 당위성을 내세우기 위한 정부ㆍ새누리당의 방식과 논리가 무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는 이념, 정파간 대립과 갈등을 무한 증폭시킬 뿐 건전한 여론을 조성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현행 검인정 교과서의 북한체제 미화를 국정화 전환의 주요 논리로 내세우는 여권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 ‘종북좌파 편향 교과서로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란 현수막을 거리마다 내걸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현행 교과서가 북한의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게재하고 있다”고 했고, 황우여 교육부장관 역시“북한이 내세우는 주체사상의 선전 문구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교과서에 실린 관련 기술을 보면 이러한 주장은 사실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김일성 주체사상에 대해 현행 교과서들은 “김일성 유일 지배체제 구축 및 개인 숭배와 반대파 숙청에 이용됐다”고 비판했다. 북한 토지개혁에 대해서도 “매매, 소작, 저당이 금지됐고 집단 농장화가 이뤄졌다”거나 “농민에게 분배된 것은 경작권 중심의 제한된 소유권”이라며 한계를 지적했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12일 브리핑에서 “(현행 교과서는) 북한에 대해서 독재라는 표현은 2번, 남한에 대해서는 24번이나 사용했다”고 설명했으나 세습체제와 우상화, 개인숭배, 독재ㆍ권력독점, 유일지배체제 등 북한에 대해 ‘독재’보다 더 부정적인 표현이 119번이나 기술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황당한 건 교육부가 지난달 고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주체사상의 기술 의무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는 점이다. 주체사상을 교과서에 넣도록 지시한 당사자가 다름아닌 현 교육부라는 얘기다. 지난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이 통일부의 의뢰를 받아 중학교 역사교과서 내용을 분석한 보고서에서도 “북한의 정치ㆍ경제 분야에 대해 검정교과서 모두 동일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대체로 북한에 대해 부정적 측면을 다룬 내용이 많았다”고 돼있다. 이처럼 스스로가 모순된 모습을 보이니 국정화 주장의 정당성을 설득하기 어렵다.
본지(10월15일자 1ㆍ3ㆍ4면)가 분석했듯 보수ㆍ진보간 시각 차이는 임시정부 법통과 건국일, 정부수립 과정, 한국전쟁 책임론, 이승만ㆍ박정희 두 대통령에 대한 평가 등에서 엇갈린다. 이게 사실은 국정화의 이유다. 지금처럼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는 선정적 감성몰이 로 변죽을 울릴 게 아니라, 차라리 이들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쳐 여론을 설득하는 방식이 옳다. 어차피 교과서 기술과정에서 또 문제가 될 대목들이기도 하다. 여권의 자중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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