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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평화 위해 韓日 교회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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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평화 위해 韓日 교회가 나서야”

입력
2015.10.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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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개막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일본교회협의회의 공동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이기호 한신대 교수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개막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일본교회협의회의 공동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이기호 한신대 교수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생명이 존중받고 조화롭게 살아가길 원합니다. 하지만 죽음의 소식이 들려올 때, 저는 제 한 생명 돌보기도 버거워 돌아볼 수 없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았지만 남북 대치가 계속되는 한반도, 안보법안 통과로 갈등 중인 일본, 중국의 군비증강 등으로 동북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일 양국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일본교회협의회(NCCJ)가 15일 공동협의회를 열고 마주앉았다. 공동협의회는 2004년 12월 도쿄에서 열린 이후 11년 만이다.

15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생명의 존중과 조화를 위한 공동기도를 시작으로 개막한 협의회는 ‘동북아시아의 평화: 일본과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사흘간 계속된다. 참석자들은 남북간 군사 대립,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구축 및 생탄저균 반입 논란,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 집단자위권 관련 법안 강행 통과 등으로 위협받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공동의 역할과 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최근 가장 문제가 된 일본 아베 내각의 안보법 강행 문제를 놓고 다양한 우려를 표명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 지역 공존과 번영 구상: 일본과 한국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기호 한신대 교수는 “아베 총리에게 전후체제는 ‘일본이 군사력을 포기한 비정상국가 상태라는 점에서 극복과 굴욕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아시아 민중들에게는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점에서 평화의 골간이 되고 공동 자산이 되는 시기였다”고 지적했다.

일본 측 고바시 구이치 NCCJ 의장 역시 “아베 정권이 일본헌법을 실질적으로 파괴하려 하고, 미군기지의 보강이 진행되고 있다”며 “아시아 국가 침략에 대한 진실한 반성과 사죄가 국민 전체의 의식 속에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 이 사태를 초래했다”고 개탄했다. 또 “일본은 계속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외국인노동자와 난민의 유입을 극력 제한하고, 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배척 등의 증오발언을 일삼는 등 교회가 나서 반대하고 근본부터 바로잡아야 할 내셔널리즘이 계속되고 있다”고 일본 상황을 전하며 우려를 표했다.

참석자들의 논의는 이 같은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교회를 비롯한 종교계가 양국 시민사회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촉매제가 돼야 한다는 제언으로 이어졌다. 이 교수는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안보는 친구가 되는 것이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교류와 협력을 국가가 실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한 일본 시민들의 활동에 국가를 넘어서는 시민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연대를 위해 교회 역시 적극 나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한일 기독인들이 그런 꿈을 나누고 미래를 디자인하고 다음 세대를 길러내 지속적인 평화운동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고바시 의장 역시 “종교인들이 이런 현안을 위해 시민들과 함께 행동하려는 자발적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한 가닥 희망”이라며 “한일 교회와 시민들이 이 같은 희망에 함께 하자”고 말했다.

양국의 교회가 모두 회개와 참회를 고민하는 가운데 이 같은 연대가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오후 강연에 나선 유시경 대한성공회 교무원장은 “일본 교회의 전쟁 책임 고백이 선언적 고백으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계속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며 “나아가 한국 교회도 전쟁 속에서 증오와 살인과 편 가르기로 특정 이데올로기를 신앙의 이름으로 지지하고 가르치고 확산했던 과오를 확인하고 참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 가운데 두 교회가 “평화헌법 수호 활동을 위해 국회 앞에 함께 가고, 오키나와와 제주 강정의 기도를 함께하고,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기도를 함께하고, 일본대사관 수요집회도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협의회 참석자들은 이어 16일 동숭교회에서 토론을 벌인 뒤 17일 공동 성명서를 채택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한다.

글ㆍ사진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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