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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산된 기술이전, 책임 묻고 KFX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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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산된 기술이전, 책임 묻고 KFX 재검토해야

입력
2015.10.1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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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의 핵심기술 이전이 무산됐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워싱턴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만나 “KFX와 관련된 4개 기술 이전은 어렵다”고 못 박았다. 카터 장관은 전날 서울 국방부에 도착한 답신에서도 기술 이전 불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한 장관의 협조당부 서한에 묵묵부답이었던 것을 포함하면 미국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핵심기술 이전 요청을 거부한 셈이다. 외교적으로 이런 망신이 없다.

당초 한 장관이 한미정상회담 기간에 카터 장관을 만나 기술이전을 요청한다는 데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딜레마에 빠진 KFX 사업을 살려보려 끝까지 매달리려는 노력까지 나무랄 건 아니지만 되도 않을 일을 손 벌려봐야 국제적 망신만 살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4개 핵심기술은 지금까지 다른 나라에 넘겨주거나 판매된 전례가 없다. 일본처럼 미국과 공동연구를 통해 전투기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 이상 미 정부가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개발한 첨단기술을 양도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방장관이 별다른 전략 없이 공개적으로 기술이전을 거론함으로써 반미감정 등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기술 이전이 무산됨에 따라 KFX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국내 개발을 공언하고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ESA 레이더를 개발하려면 30여 개 기술이 필요한 데 이 중 5개 기술은 국외 업체와 협력하지 않으면 기술확보가 어렵다. 더욱이 전투기와 체계통합을 하려면 외국 기술을 다시 우리 기술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여기엔 상당한 기술력과 비용,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18조원이란 건군 이래 최대 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KFX사업에 대한 종합적 판단이 불가피해졌다. 기술 이전을 염두에 두고 차기전투기로 선정된 F-35A 도입 사업도 마찬가지다.

책임 규명도 피해갈 수 없다. 기술 이전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사업을 추진한 것은 직무유기이자 대국민 사기행위다. 청와대는 지난달 국감에서 논란을 빚자 민정수석실을 통해 방사청에 대한 감찰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도 알고 있었다는 흔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업 추진 당시 국방부장관이었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부터 규명해야 한다. 자주국방의 대들보인 KFX 사업이 한낱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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