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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KF-X 핵심기술 이전 재거부… 헛물 이어 쓴물 ‘외교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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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KF-X 핵심기술 이전 재거부… 헛물 이어 쓴물 ‘외교 망신’

입력
2015.10.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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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ESA 레이더 이전 전례 없고 4월 회신까지 세 번째 ‘퇴짜’ 맞아

박 대통령 방미 성과조차 빛 바래… 韓국방ㆍ외교안보라인 문책 목소리도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펜타곤을 방문한 한민구(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거수경례로 답례를 하면서 의장행사가 열리는 사열대로 향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펜타곤을 방문한 한민구(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거수경례로 답례를 하면서 의장행사가 열리는 사열대로 향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을 위한 4개 핵심기술의 이전을 미국이 재차 거부했다. 면전에서 퇴짜를 당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미숙한 군사외교에 대해 비판이 거세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성과조차 빛이 바래게 됐다.

美 해외로 넘긴 적 없는 기술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펜타곤(미 국방부)에서 한 장관과 만나 “4개 기술의 이전은 어렵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미 전날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같은 입장을 전달받은 터였다. 앞서 4월 미 정부가 보낸 회신까지 포함하면 다기능 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4개 기술의 이전을 놓고 우리 정부가 세 번이나 거절을 당하는 망신을 당한 셈이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간 방산기술협력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지만 역할이 불분명해 미측이 한 장관의 체면을 세워주려는 ‘립서비스’에 불과해 보인다.

한 장관의 이 같은 ‘굴욕’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우리가 요청한 4개 기술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AESA 레이더는 지상과 공중의 목표물을 더 빨리, 더 많이 찾아내는 장비다. 미 정부와 의회가 맹방인 영국을 비롯해 어느 국가에도 이전을 승인한 전례가 없다. 무기거래 규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AESA 레이더 기술을 자체 습득해 이전을 요구할 필요가 없고 라팔을 제작한 프랑스를 비롯해 일부 유럽국가들만 기술확보에 성공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 장관은 미국으로 향했다. 8조원 규모의 KF-X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비판여론이 커지면서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총대를 멘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빛이 바랬다.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보다는 AESA 기술 이전 여부가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앞뒤가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지경이 되도록 사태를 방치한 청와대와 외교안보라인의 주요 인사를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난달 KF-X사업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정점으로 한 군부라인을 압박하는 시점에 한 장관이 미국에 간 것은 군부의 책임을 면하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론은 뻔한데도 국민을 상대로 “우리도 할 만큼 다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출장이라는 것이다.

사드 배치 공론화 자초하나

한 장관의 무모한 기술이전 요구로 대미 협상력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후폭풍도 우려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문제가 대표적이다. 사드 배치는 다음달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포괄적 의제에 포함돼 조만간 공론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국방부가 AESA 레이더에 사활을 거는 듯한 저자세를 취하면서 향후 미측과의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사드 배치는 한낱 레이더와는 ‘격’이 다른 사안이다. 미국이 사드 배치로 동북아에서 중국을 상대로 군사적 우위를 공고히 하려는 만큼 역으로 우리 정부는 미중 양국 사이에서 최대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카드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 장관이 어설픈 ‘딜’을 하지 않고 KF-X 기술이전을 성사시키지 못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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