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의학기술에 대한 SF 영화, 세 번째 이야기다. 이번에는 탐 크루즈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공동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 워싱턴을 배경으로 다양한 미래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원작자는 ‘블레이드 러너’, ‘토탈리콜’로도 잘 알려진 SF소설의 거장 필립 K. 딕(Philip K. Dick)으로, SF영화가 보여준 미래의 모습들은 이제 차츰 현실화되고 있으며 그 변화의 흐름에 있어 의학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존 앤더튼(톰 크루즈)은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단죄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의 팀장이다. 존 앤더튼은 천부적인 감각으로 미래의 범죄자를 추적해내는 능력을 가졌는데, 프리크라임 시스템에서 믿을 수 없는 살인이 예견된다. 그것은 바로 앤더튼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하는 범행 장면으로, 이 때부터 앤더튼은 음모를 파헤치고, 미래를 바꾸기 위해 직접 미래의 피살자를 찾아 나선다는 줄거리이다.
영화는 감각적인 연출과 뛰어난 영상, 그리고 정교한 세트와 설정에 있어 최고의 수작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홍채를 인식하여 신원을 알아내는 시스템을 피하기 위해 안구이식을 받고, 급박하게 전개되는 상황 속에서 거미처럼 생긴 로봇이 수술 직후의 주인공을 추적해서 검사하는 장면은 가장 긴박하고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SF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가 바로 이 로봇이다. 단순한 산업용 로봇에서부터 ‘I-Robot’의 인간의 감정과 양심까지 느끼는 정교한 인간형 로봇까지, 최근 개봉한 많은 SF영화들이 다양한 로봇을 등장시키고 있는데, 로봇과 의학의 만남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인간의 손보다 뛰어난 정밀도로 다른 신체조직을 다치게 하지 않고 수술을 해내는 장점이 있다. 로봇이 외과용 수술도구로서 임상적으로 적용된 최초의 사례는 1992년 인공고관절 수술에 로보닥(RoboDoc system) 장비가 적용된 것이다.
미국에서 개발된 로보닥은 인공관절이 삽입될 환자의 뼈를 로봇으로 가공해서 수술 성공률을 높였다. 현재 이 기술을 개발한 회사가 한국 모기업에 의해 인수가 되어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시술되고 있다.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기법을 대체하기 위해 1997년 미국 인튜티브 서지컬이 다빈치(Da Vinci)라는 네 개의 로봇 팔을 가진 수술시스템을 개발했다. 다빈치를 이용한 전립선암 수술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전 세계 종합병원에서 수 백대나 팔려 나갔으며, 국내에서도 여러 대학병원에서 이 로봇 시스템을 도입해서 운용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이제 더 이상 칼이나 가위와 같은 기계적인 수술법이 아닌, 컴퓨터로 수술계획을 만들면 정교하게 움직이는 로봇팔에 의해 실과 같은 방사선 빔을 조사해서 수술을 하는 방사선수술로봇도 개발되었다. 대표적인 로봇이 사이버나이프인데,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이 기기가 많이 도입되어 암 치료에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로봇의 기술들을 병원에서 만나보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신기하기만 한 일이 아니다. 지나치게 고가인 현재의 외국장비들이 머지 않은 장래에 국내 로봇기술로 개발된 우수하면서도 저렴한 첨단 수술장비들로 대체될 날을 기대해본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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