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근현대사 논란 거의 피해가… 다시 국정화 땐 암기과목 전락할 것"
"검정, 북한 추종한다는 생각 못해… 여러 종류 보며 다양한 시각 갖춰"
"검정교과서 한계 있더라도 학교 현장서 보완해야 할 일"
2015년 대학가는 각각 국정교과서로 국사를 배운 세대와 검정교과서로 한국사를 학습한 세대가 혼재돼 있다. ‘국사 국정교과서+근현대사 검정교과서’ 체제가 2011년을 기점으로 한국사 검정교과서 체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자는 14학번 이전 세대, 후자는 14학번, 15학번에 해당한다. 이처럼 고교 시절 서로 다른 교과서로 역사를 공부했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학번 구분 없이 ‘반(反) 국정화’ 대자보가 교정을 뒤덮을 만큼 하나로 똘똘 뭉친 모습이다. 역사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은 그 이유를 “두 교과서 모두를 경험한 학생들의 생각과 달리 정부가 좌편향성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양대 사학과 12학번 오규민(24)씨는 국사 국정교과서와 근현대사 검정교과서를 모두 공부한 세대다. 오씨는 “국사 교과서에 근현대사 부분은 뒷부분에 굉장히 적은 분량이 실렸는데 그마저도 논란이 될 만한 주제는 가급적 피하려는 느낌을 받았다”며 당시 국정 체제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예컨대 역대 대통령들을 서술한 부분을 보면 특정 인물의 공과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집권 기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단순 사실을 나열하는 데 치중했다는 것이다. 고려대 사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25)씨도 “베트남 전에서 한국군이 저질렀던 학살이나 제주 4ㆍ3 사건 등 우리 근현대사의 어두운 면을 국정교과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검정 체제가 다시 국정으로 회귀한다면 국사 과목은 다시 ‘연도 외우기’에만 급급한 암기 과목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잘못된 역사 교육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근현대사에 대한 적극적 해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사학과에 다니는 김모(26)씨는 “고교 때 교과서 세 종류로 근현대사를 공부했는데 교과서마다 삽입하는 사료가 달라 다양한 시각을 갖출 수 있게 됐다”며 “단일만 해석만 주입하는 국정교과서는 역사 교육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사 검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운 14,15학번 역시 국정화 회귀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의 좌편향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다수다. 국사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서울대 인문대 1학년 조인보(19)씨는 “정부가 좌편향으로 지목한 미래엔 교과서로 배웠지만 이 교과서가 북한을 추종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씨는 “보수 측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친일파 처단에 소극적이었다는 교과서 내용을 문제 삼는데 그야말로 입맛에 맞춘 해석”이라며 “이 전 대통령에 관한 기술은 일찌감치 1940년대 이후 우리 학계에서 사실로 인정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국정ㆍ검정의 당위를 떠나 이들은 역사학도로서 “해석이 가미될 수밖에 없는 역사라는 학문을 국가가 ‘올바르게’ 규정하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고려대 사학과 새내기 한진아(20)씨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면 의견이 다를 뿐인데 ‘다름’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학계를 편향됐다고 비판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오히려 대학에서는 교수가 역사의 특정 장면을 놓고 여러 해석을 알려주고 자신은 어떤 걸 지지한다고 강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스스로 고찰해보고 더 배우게 된다”고 덧붙였다.
대학생들은 검정교과서에 한계가 있더라도 문제점을 보완하는 주체는 정부와 정치권이 아닌 학교 현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려대 사학과 학생 이씨는 “우리 사회의 이념대립을 이유로 국정제로 돌아가겠다는 발상은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교사에 대한 교육만 강화해도 편향성을 둘러싼 잡음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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