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새누리당과 비교해) 비즈니스 마인드가 부족하지 않나 싶다”
“(새정치연합은)내용은 좋은데 전달방식이 ‘강남’스타일이 아니다”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10여 명의 ‘강남엄마’들이 마주 앉았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하기 위해 새정치연합이 야당의 불모지로 꼽히는 강남(강남, 서초, 송파구)의 학부모들과 ‘엄마들이 뿔났다! 친일교과서 반대 강남엄마들과의 대화’를 가진 것입니다.
이날 문 대표가 강남 엄마들과의 대화에 나선 이유는 학생 자녀를 둔 30~50세대의 여론이 국정교과서 정국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정부ㆍ여당이 국정화의 근거로 ‘입시에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한 데 따른 대응책입니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사 교과서를 단일화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부담이 훨씬 더 커진다”며 “교과서 한 권에서 출제하면 이제는 변별력이 없어 아주 지엽말단적이고 시시콜콜한 것들을 출제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입시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정보와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강남 엄마들 앞에서 문 대표가 입시 문제까지 꺼내 드는 모습은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강남 학부모들은 ‘입시 초보’문 대표의 지적에 동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두 아이의 엄마라는 한 참석자는 “고등학생 아이는 시험 문제에 예민하다. 그러니 (새누리당의 말처럼) 시험 문제에 쉽다는 얘기에 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학부모 역시 “길을 걷다 야당의 국정화 저지 현수막을 보면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바꾼다’고 써있는데 와 닿지 않는다”며 “차라리 ‘교과서가 단일화 되면 공부할 내용이 많다’고 걸면 엄마들이 지나가다 아이들에게 안 좋구나,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강남 스타일의 고급 정보’까지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강남은 역시 야당의 불모지였나 봅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강남 학부모들은 자연스레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비판하는 동시에 야당의 대응 방식에 대한 불만도 거침 없이 쏟아냈습니다. 특히 국정교과서 정국에서 야당의 대여투쟁이나 홍보방식에 대한 쓴 소리가 많았습니다.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야당이 여당에 비해 ‘비즈니스 마인드’가 부족하다며, ‘강남주민들이 보수적이라고 진단하고 있음에도 야당에서는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정교과서를 투쟁보다는 교육의 이미지로 대응해달라는 한 참석자의 요청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사인을 보냈습니다.
앞서 문 대표는 “우리 강남의 어머님들과 아버님들도 국정교과서를 막아내는데 함께 해 주셨으면 한다. 오늘 좋은 얘기들 많이 해 달라”고 참석자들에게 부탁했지만, 쉴새 없이 터져 나오는 이야기들로 인해 받아 적기에만 여념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50분 동안 예정됐던 간담회는 참석자들의 열기로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나서야 마무리 됐습니다.
결국 장기전으로 접어든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에서 국민 여론으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얘기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진단이었습니다. 이에 부응하듯 새정치연합은 여론전의 중요 대상을 학부모들에게 맞추고 지역구 별로 학부모 간담회 등을 적극적으로 개최한다는 계획입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