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상임위별 예비심사
野 "전액 삭감"에 與 "정부안 수용"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힘겨루기가 치열한 ‘예산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야당은 국정교과서 관련 예산의 전액삭감을 공언한 반면 여당은 이를 정치공세로 치부하며 정부안 수용을 촉구했다.
여야는 상임위별 예비심사 개시를 하루 앞둔 18일 경쟁적으로 대변인 논평을 내고 기선 제압에 나섰다. 오는 26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화할 내년 예산안 심의에 앞서 정치현안과 연계돼 진행될 상임위별 예비심사에서 밀릴 경우 그 여파가 총선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여야간 충돌지점은 예상대로 국정화 문제였다. 정부는 100억원의 관련 예산을 책정해놓은 상태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야당이 예산안 심사를 역사교과서와 연계하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 예결특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도 “역사교과서 예산을 볼모로 한 예산 심사는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차단막을 쳤다.
반면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친일ㆍ독재를 미화하는 국정교과서 발행용 예산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ㆍ여당은 어려운 민생을 보듬는 예산을 짜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결위 간사인 안민석 의원도 “역사왜곡 사업 예산은 심사 대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예산 심사는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다는 점에서 여야간 충돌이 훨씬 도드라질 가능성이 높다. 야당이 거듭 문제를 삼아온 국가정보원ㆍ검찰 등의 특수활동비,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 결손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누리과정 사업, 정부와 새누리당이 재추진을 공언한 4대강 지천 정비사업, 임금피크제 도입과 일반 해고요건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노동개혁 이슈 등 정국의 뇌관이 될 만한 민감한 현안들이 널려 있다.
여기에 세입 결손에 따른 재정건전성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경우 법인세 정상화에 대한 찬반 논란을 넘어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대선 공약 이행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총선을 앞두고 역사 전쟁이 본격화하는 상황이라 올해 예산 논의는 어느 때보다 훨씬 날카로운 대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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