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산업 지원하기 위한 법
"의료 민영화에 악용" 등 반발로 낮잠
21일 국회서 토론회 개최
이번 회기에 법안 통과 박차
정부와 여당이 3년 넘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를 위해 강력한 시동을 걸고 나섰다. 이번에 당정이 들고 나온 카드는 ‘청년 고용’이다. 19대 국회의 사실상 마지막 회기인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부와 여권은 “서비스법이 청년 고용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국회경제정책포럼과 공동으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비스산업과 청년일자리에 대한 토론회’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여당에서는 정희수 기획재정위원장, 정부에서는 차영환 기획재정부 성장전략정책관 등이 참석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청년위 등이 전국 19~3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내용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청년층의 88.4%가 “서비스 산업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비스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토론회에서는 이런 여론조사에 근거해 서비스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내용이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서비스법이 가져올 청년고용 효과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주형환 기재부 제1차관은 15일 서비스산업총연합회 창립 기념행사에 참가해 “서비스산업의 투자와 생산성이 선진국 수준이 되면 2030년까지 최대 69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데, 안타깝게도 법안이 2012년 7월 국회 제출 이후 3년 이상 계류돼 있다”며 “이 법은 한국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서비스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라며 법 통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주 방미(訪美) 기간 중 청년실업 문제를 묻는 질문에 “국회에 서비스 산업을 규제하는 법을 과감하게 풀어달라는 요청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정청이 한목소리로 서비스법의 청년 고용 효과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서비스법 제정안은 서비스 분야를 하나의 ‘업종’에서 독립된 ‘산업’으로 육성하자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5년마다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계획 수립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 설치 ▦서비스산업에 세제 지원ㆍ연구개발 확대 ▦서비스산업의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촉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언뜻 보면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이지만 발목을 잡는 건 이 법이 의료ㆍ보건산업 민영화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이다. 서비스업 분야가 의료ㆍ보건 등 공적 성격이 강한 분야로 확대되면 무분별한 민영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질 낮은 일자리만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당정이 의료 민영화와 관계 없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면서 여야 간에 합의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결국 국정교과서 문제로 여야 대화와 국회 의사 일정이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법안 처리가 물 건너 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정청이 서비스법의 청년고용 효과를 홍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청년실업 문제를 서비스업 활성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논의의 불씨를 살리고 야당을 협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서비스업 규정은 통계청 산업분류를 따르도록 하기 때문에 보건ㆍ의료는 적용대상이 아니다”면서 “서비스업을 온전히 지원하는 법안이고 한국 의료서비스의 해외 진출을 돕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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