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받을 수 있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옳은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옳은 사람이 돼야 합니다.”(박덕신 수유감리교회 목사)
‘내가 꿈꾸는 한국교회’를 논하기 위해 목회자와 교인들이 마주 앉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종교개혁 500주년기념사업 특별위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2017년)을 앞두고 20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감리교회 대예배실에서 마련한 발표회‘한국교회 새 변화를 위한 500인 대화마당’에서다. 이날 행사는 교회에 대한 무절제한 비판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자유로운 발표를 통해 바람직한 교회상을 나누고 기도하자는 취지다.
여는 마당, 대화 마당, 기도 마당 등 세 부분으로 나눠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빛과 소금이기보다 조롱거리가 된 한국 교회’의 모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체 발표에 앞서 강연에 나선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교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기도, 전도, 헌금을 많이 하는 교회로 알려져 있고 한국의 독립, 근대화, 교육, 의료, 복지, 예술 등의 분야에서 공헌했지만 오늘날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며 “돈, 권력, 명예 같은 것이 교회 안에 들어와 순수하지 못한 사람들이 순수하지 못한 동기로 신앙생활을 해서 벌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세속적 욕망에 대한 절제가 이뤄져야 한국 교회가 바로 살아날 것”이라며 “한국 교회의 앞에는 회개하고 성경의 말씀대로 회복할 것인지 완전히 몰락해 잿더미에서 새로운 교회로 태어날 것인가 두 가능성 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진 발표에서도 번영 신학, 맘몬주의(물신숭배)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나핵집 열림교회 목사는 “한국 교회가 성장주의와 번영신학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수량화되고 물량화되는 상황에 처했다”며 “이 틀에서 벗어나 쌀 한 톨의 무게도 우주의 무게라는 정신으로 신뢰와 존중을 속에 목회를 할 수 있는 교회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평신도 역시 “지금까지는 번영 신학이 교회 성장에 기여했지만, 앞으로는 큰 교단은 작은 교단에게, 큰 교회는 작은 교회, 교회는 사회에 가진 것을 양보하는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평등, 인권, 통일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에서도 순기능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덕신 수유감리교회 목사는 “수구화된 한국교회가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민족의 문제를 물어오면 동문서답하고 엉뚱한 말을 늘어놓고, 오늘의 시대에 대해서는 깜깜한 현실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참가자가 “우리 아이들을 나중에 괴물로 만들 것이 아니라 좋은 어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정화 반대에 대해서도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발언하자 좌중에서 박수가 나왔다. 한 청년 신도 역시 “계속 교회의 잘못된 모습에 실망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교회가 전혀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교회가 목회자의 막말 문제, 맘몬 주의등을 극복해 새로운 모습을 청년들에게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대화에서 모은 과제 및 주제들은 10개 항목의 기도문으로 작성됐다. 교회협 관계자는 “교회의 개혁은 몇몇 교회 지도자나 학자들에 의해서 주도될 것이 아니라 전체 교회가 함께 꿈꾸고 기도해야 할 명제라는 인식 하에 대화마당을 준비했다”며 “한국교회의 변화를 원하는 지역교회의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의 목소리를 향후 2년간 검토해 각종 쇄신 사업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ㆍ사진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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