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계기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우리 측이 일본 자위대의 북한지역 진입 시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문제를 제기했으나 일본 측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피력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놓고 논란이 일 때마다 우리 측 사전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한 정부의 다짐이 무색해졌다. 일본의 의도를 간과한 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온 외교적 실책이 또 한번 드러난 셈이다.
한민국 국방부 장관은 “북한은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일본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들어가려면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대한민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의 남쪽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부의 지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북한 영역 진주 시 한국의 동의가 불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북한지역 진입 동의 문제는 “한미일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미일 협력이 필요하다는 일본 주장에는 우리 측도 동의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한미일 협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입장을 제대로 관철할 수 있을 지는 회의적이다. 미국은 자국의 방위부담을 덜기 위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고 추동한 측면이 있다. 한반도에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본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주길 미국은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 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미국이 미일동맹의 틀을 이용해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요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물론 이번 국방장관 회담 공동 보도문에서 밝혔듯이 양국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고 한일 및 한미일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대북 정보수집 차원에서 일본과의 안보 공조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과거사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일본의 태도 등 정서적 측면도 의식해야만 한다. 미국과 일본의 안보협력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다가는 우리의 안보주권이 침해되고 과거사 쟁점이 흐려진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방부가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일본 방위상 발언을 정확히 알리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조만간 추진 중인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떠밀리듯 국방장관 회담이 이뤄지는 바람에 일본에 판을 벌여준 꼴이 된 것도 마땅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미국과 일본에 보다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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