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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역사 인정 않고, 어떻게 일본에 화해 요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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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역사 인정 않고, 어떻게 일본에 화해 요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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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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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드 괴스트르 네덜란드 라이든대 교수는 21일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권위주의 유산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았던 한국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황당하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0년 방한 당시 괴스트르 교수. 연합뉴스
군 드 괴스트르 네덜란드 라이든대 교수는 21일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권위주의 유산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았던 한국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황당하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0년 방한 당시 괴스트르 교수. 연합뉴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한 비판이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유럽 학계에서도 정부의 입장을 반박하는 의견이 나왔다. 네덜란드 라이든대의 한국학 전임교수인 군 드 괴스트르(52) 교수는 “자기 스스로의 역사조차 제대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 한국 정부가, 앞으로 동아시아에서 반성과 화해를 논할 때 어떻게 신뢰를 얻을 수 있겠냐”며 “이번 국정화는 일본 역사교과서의 과거사 왜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비판을 매우 공허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1980년대에 한국에서 공부한 그는 21일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민주화 과정에 대한 역사 서술의 변동을 연구하고, 한국의 역사서술에 관심을 가져온 만큼 지금 벌어지는 논쟁이 매우 당황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놀랍지도 않다”며 “지금 목격하는 상황은, 역사 교육의 성격과 목적을 둘러싼 일종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역사 교육을 “아무 의심 없이 권력에 무조건 복종하는 젊은이들을 찍어내는 것”으로 보는 쪽과 “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해 책임 있고 주체적인 비판적 시민으로 가르치는 것”으로 보는 쪽의 대결, 역사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결국 국정화 추진 세력이 역사 교육을 ‘권력에 복종적인 학생 양성’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괴스트르 교수는 특히 그간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해온 한국 정부의 모순적 태도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무엇보다 당혹스러운 것은 평화롭고 품위 있게 민주화를 쟁취하고 권위주의의 유산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옴으로써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았던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렇게 ‘개발도상국 가운데 유일하게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국가’의 성공신화를 강조했던 한국 정부가 동시에 어떻게 이렇게 민주주의의 원칙을 전혀 존중하지 않을 수 있는지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괴스트르 교수는 “민주 사회에서 역사는 결코 정부의 법령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국정화는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이 같은 평판 하락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동아시아 과거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큰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그는 “한국 내부에서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 등 여러 과거 청산(친일, 독재) 노력이 민주화에 매우 핵심적 요소였지만, 교과서 문제만 봐도 이런 청산과 화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스스로 역사조차 제대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데 어떻게 동아시아에서 반성과 화해를 논할 때 신뢰를 얻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괴스트르 교수는 “역사학자로서, 충격적인 것은 이번 국정화 계획이 얼마나 역사의 기본 성격을 오인하고 있는가라는 점”이라며 “역사는 올바른 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배움으로써 현실에 비판적으로 참여하도록 학생들을 이끄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6년 당시 정신문화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것을 계기로 한국학에 인연을 맺었다. 94년 벨기에 루벵대에서 ‘윤치호 사례로 본 한국 문화 민족주의의 딜레마’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국에서의 기억의 정치, 역사서술 등을 연구해왔다. 95년부터 라이든대에서 한국 현대사, 분단 한국, 동아시아 현대사 등을 가르치며 현지에서 다수의 한국 관련 저서를 펴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37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대정부질문하기 위해 쌓아둔 한국사 교과서와 초등 사회교과서 등이 발언대 앞에 놓여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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