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들과의 간담회 발언 논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잇단 총장 간담회에 역사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으로 사회적 혼란이 큰 상황에서 황 부총리가 역사학계를 지원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이어지는 와중에 황 부총리의 이 같은 행보는 ‘돈으로 환심을 사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황 부총리는 최근 잇따라 대학 총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20일에는 한국대학교교육협의회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소속 20개 대학 총장들을, 앞서 18일에는 성낙인 서울대 총장을 비롯해 17개 대학 총장들을 만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정화 등 현안과 함께 대학 인문역량강화(COREㆍ코어)사업을 설명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문제는 황 부총리의 발언 내용이다. 20일 간담회에 참석한 대학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황 부총리가 ‘과거 (학생들의) 데모가 많았기 때문에 (정부의) 투자가 적어 중요한 역사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그간 투자가 적었던 역사학 진흥에 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역사학 관련 교수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으로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황 부총리가 코어사업과 역사학 지원을 연계시키는 것을 현 상황을 무마시키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지방의 한 국립대 사학과 교수는 “코어 사업과 사학과를 엮어서 운운하는 것은 완전히 물타기로 국정 교과서랑 코어사업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하반기 대학 구조개혁평가와 동시에 추진키로 한 코어사업 논의를 지난 몇 달 동안 미루다가 국정화 방침 발표 뒤 갑자기 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교육부가 그간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들을 관리해왔다는 점에서, 역사학 지원 약속이 학교 운영을 책임지는 총장들에게 압박이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대구의 역사 관련 교수는 “총장들에게 사학과를 거론하면서 코어사업 얘기를 한다는 게 국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면 사업 선정에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읽히지 않겠느냐”며 “재정지원이라는 우회통로로 압박하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충남대에서 대학의 인문역량을 키우는 데 내년 344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코어사업 기본계획 공청회를 개최했다. 애초 황 부총리는 인문학 역량 강화에 2,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예산은 5분의 1수준으로 책정돼 실효성에서도 문제가 제기된 상태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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