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세 개만 한 키에 작업복 멜빵바지, 프랑스대혁명 이후 자유의 상징이 된 프리지안(Phrygian)모자 차림의 파란 요정 스머프(The Smurfsㆍ사진)가 1958년 10월 23일 벨기에 소년만화잡지 ‘스피루(Spirou)’지를 통해 태어났다. 작가 페요(Peyoㆍ본명은 피에르 퀼리포르, 1928~1992)가 동료 만화가와 함께 식사를 하다가 소금(불어로 sel)이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슈트롬프 schtroumpf’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를 썼고, 유쾌한 농담이 이어진 뒤 그 단어를 네덜란드어 투로 바꿔 자신의 새 요정 이름으로 썼다고 한다.
최초의 스머프는 99명이었다. 빨간 모자 파파 스머프를 비롯, 똘똘이 스머프, 투덜이 스머프, 허영이 스머프…. 여성 스머프 ‘스머페트’는 악당 마법사 가가멜(Gargamel)이 스머프들을 교란시키기 위해 만들어 스머프 마을에 잠입시킨 검은 머리칼의 심술쟁이였는데, 파파 스머프가 교화(?)해서 금발의 멤버가 됐고, 처음에는 없던 아기 스머프 등 일부가 나중에 합류했다.
연재가 인기를 끌면서 단행본, TV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등으로 만들어져 60년대 이후 유럽과 북미, 아시아, 중동으로까지 수출됐다. 한국서는 KBS에서‘한나 바버라(Hanna & Barbara)가 제작한 TV시리즈를 수입해 83년 ‘개구쟁이 스머프’라는 제목으로 방영했다.
스머프는 잦은 시비에 휩싸이곤 했다. 잎파리 전염병으로 피부색이 검게 변화는 에피소드를 삽입했다가 인종차별 논란을 빚었고, 여성 스머프가 드물어 성차별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압권은 공산주의 선전물 시비였다. 빨간 색 옷을 입은 파파 스머프의 외모가 칼 맑스를 닮았고, 화폐와 사적 소유 없이 능력껏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되는 공동체이고, 이름 뒤에 ‘스머프’라는 공통호칭이 붙는 게 사회주의 국가의 ‘동무(comrade)’를 연상시킨다는 것. ‘Smurf’가 ‘Socialist Men Under Red Father’의 약자라는 해석도 있었고, 스머프 수프에 혈안이 돼 있는 마법사 가가멜이 원래는 스머프를 황금으로 만들려는 연금술사였다는 점을 들어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저 모든 시비를 편집증적 해석이라 접어 두기도 힘들다. 물론 판단은 각자 몫이다. 다만 스머프가 공산주의 찬양물이라면 그 효과가 썩 훌륭했던 것 같지는 않다. 클론 공동체가 이상향이라니.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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