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이 깊어지면 스테이크가 생각이 난다. 뉴욕 맨해튼 록펠러센터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먹었던 ‘티본 스테이크’와 청담동에 위치한 대기업 운영 스테이크 하우스 스테이크. 눈치가 좀 빠르다면 ‘남자와 먹진 않았겠군’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맞다.
뉴욕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고 몸과 마음이 많이 상한 상태라 상처를 보듬어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같이 먹었다. 지금까지 먹었던 스테이크 중에서 제일로 꼽는 스테이크다. 스테이크와 함께 나온 소스도 정말 맛이 있었다. 그리고 청담동에서는 고백을 하면서 먹었다(지금껏 고백이란 걸 해본 적도 별로 없지만). 고백을 작정하고 스테이크 하우스를 예약한 건 처음이어서 어떤 종류의 스테이크를 먹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온통 ‘어떻게 고백을 할까? 고백 타이밍은 언제가 좋을까?’ 생각뿐이라, 고기를 씹던 생각만 난다. 이렇듯, 나에게 스테이크의 추억이란 꽤 강렬하다. 하지만 스테이크 하우스에 처음 방문한 사람의 기억이 나보다 더 강렬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당황했을 것이다.
스테이크의 종류를 살펴보면 안심 부위 텐더로인(Tenderloin)과 등심 부위 설로인 (sirloin), 갈빗살 부위 립 아이(꽃등심, Rib eye), 채끝 부위 스트립로인(striploin) 그리고 티본(T-bone) 스테이크 등이 있다. 여기서 가장 재미있는 스테이크는 ‘티본’이다. 이름처럼 가운데 T자형 뼈가 들어간 스테이크를 말하는데 뼈를 중심으로 한쪽은 등심, 한쪽은 안심 부위이다. 고기 양이 적은 쪽이 안심 부위다. 덕분에 하나의 메뉴로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안심과 등심이 익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고기를 굽는데 숙련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티본 스테이크를 얼마나 잘 굽는냐’를 놓고 셰프들의 실력을 가늠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정도면 스테이크를 선택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터. 이제는 ‘어떻게 구워드릴까요?’라고 묻는 질문에 답을 할 차례다.
먼저 ‘레어(layer)’는 겉만 익히는 것으로 스테이크를 썰었을 때 피가 약하게 흐르는 정도를 말한다. ‘미디움 레어(medium rare)’는 레어보다 조금 더 익혀 붉은 육질이 되도록 굽고, ‘미디움(medium)’은 겉은 익고 속은 약간 붉은색이 남아 있는 정도다. 만약 미디움보다 더 오래 구우면 붉은 흔적만 보이는 '미디움 웰던(medium-welldone)’이 된다. 붉은색 없이 속까지 잘 익힌 스테이크를 원한다면 ‘웰던(welldone)’으로 주문하면 된다. 고기 굽기 정도의 취향은 순전히 개인의 입맛에 맞게 주문하면 된다. 덜 익은 고기를 먹는 것이 세련된 미식은 절대 아니다.
이렇게 두 번의 선택을 하고 사이드 메뉴를 주문해서 맛있게 먹는다면, 깊어가는 가을에 말(馬)만 살찌울 게 아니라 우리의 몸과 마음도 단백질로 꽉 채울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추억과 스테이크를 씹으며 가을의 끝자락을 즐길란다. 오늘 소개할 메뉴는 이태리 푸른곰팡이 치즈인 고르곤졸라로 맛을 낸 안심 스테이크이다. 요리하는 배우
*고르곤졸라 소스 안심스테이크(2인분 기준)
재료 : 소 안심 400g, 강력분 밀가루 약간, 화이트 와인 100ml, 생크림 200ml, 고르곤졸라 피칸테 치즈(Gorgonzola Piccante Cheese) 150g, 아스파라거스(굵고 큰 것) 4개, 버터 20g,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 약간, 그라나 파다노 치즈(Grana Padano Cheese) 10g, 소금, 후추
만드는 법 :
1. 아스파라거스의 두꺼운 부분 껍질을 제거하고 소금물에 살짝 삶는다.
2. 안심에 소금, 후추 뿌리고 밀가루를 묻힌 뒤 가루를 털어낸다.
3. 후라이팬에 버터와 올리브 오일을 둘러 2의 안심을 굽는다(표면에 육즙이 나오면 뒤집을 것). 버터만 하면 고기가 빨리 타기 때문에 오일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구워지면 고기를 꺼내서 호일로 덮고 육즙이 차분해 지도록 휴지(休止) 시킨다.
4. 3의 팬에 남은 기름을 버리고 와인을 넣는다. 팬 바닥에 눌어붙은 것이 와인과 섞이면 생크림, 고르곤졸라 피칸테 치즈를 넣는다. 치즈가 녹으면 완성.
5. 익은 고기 표면에 남은 기름을 닦아내고 4의 소스에 넣는다. 그라나 파다노 치즈로 간을 맞추고 완성접시에 소스, 아스파라거스와 함께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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