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편향 집필진과 연관 의식
10년 전에 전교조 '해충' 비유도
민문연은 역사다큐 '백년전쟁'서
이승만·박정희 비판해 적대 관계로
해당단체들 "정치적 압력" 반발
박근혜 대통령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민족문제연구소(민문연)를 직접 거론하면서 검정교과서의 편향성을 지적한 것에 대해 해당 단체와 연구소는 사실과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5자 회동’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과 관련해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의 80%가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특정인맥으로 연결됐다”며 구체적으로 전교조와 민문연을 꼽았다. 이 언급은 앞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편향성 논란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7종의 근현대사 분야를 22명이 집필했는데, 그 중 전교조 출신이 10명이나 된다”고 밝힌 것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전교조는 7종 교과서 근현대사 집필진은 32명이며 이 가운데 전교조 회원은 8명이라고 23일 밝혔다. 특히 전교조 일각에서는 교과서 집필에 전교조 교사가 참여한 것을 문제 삼는다면, 검정제 유지를 전제로 해 집필에 참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역량 있는 역사교사들이 집필에 참여한 것을 마치 ‘전교조가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사업을 전개해 청소년들의 의식을 장악하려 한다’는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보수 정권이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전교조라는 이유만으로 좌경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문연도 역사교과서 집필과 편찬에 어떠한 관여도 없었다며, 박 대통령의 언급은 민문연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라는 입장이다. 박한용 민문연 교육홍보실장은 “현재 교과서 편찬을 하는데 민문연이 어떤 영향을 줬는지, 어떻게 개입했는지 대통령이 직접 밝혀야 한다”며 “아버지의 친일 독재 행위를 거론한 데 대한 불경죄를 적용한 것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현행 규정상 교과서 집필진에 대한 특별한 제한은 없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특정 교원단체와 연구소를 콕 집어 편향됐다고 몰아간 데 대해 학계에서는 이들 단체와 박 대통령의 오랜 악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박 대통령은 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사학법 개정 무효’를 주장하면서 전교조를 ‘해충’에 비유하며 적대감을 나타냈다. 이듬해 2월 한나라당 주최 ‘전교조 교육실태 고발대회’의 축사를 통해서도 박 대통령은 “전교조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우리 과거사를 부끄럽게 생각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2012년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는 “이념 편향적인 정치교육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 후에는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로 이어졌다.
함께 언급된 민문연 역시 박 대통령에게는 ‘눈엣가시’다. 친일인명사전에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수록(2009년), 박정희 기념관 건립 반대(2011년), 이승만ㆍ박정희 두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뤄 보수와 진보 간 역사전쟁의 출발점이 된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제작(2013년) 등에서 민문연은 박 대통령과 대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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