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스마트폰과 비교 불가능한 폰을 만들자, 그게 ‘V10’의 시작이었습니다.”
올해 2월 조준호 LG전자 사장이 “G 시리즈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제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을 때만 해도 업계에서는 최고급 사양에 가격은 100만원을 웃도는 초고가 스마트폰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지난 1일 V10이 베일을 벗자 이런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화면 위쪽에는 항상 켜져 있는 ‘세컨드 스크린’이 추가됐고, 앞면 카메라도 일반 렌즈와 셀카봉을 대체할 수 있는 광각 렌즈 두 개가 나란히 장착됐다.
이에 대해 V10을 기획한 우람찬 LG전자 스마트폰 기획 담당 상무는 25일 서울 가산동 LG전자 연구소에서 “모든 사람이 같은 취향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며 “첫 눈에 봐도 색다른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G 시리즈가 철저히 시장 경쟁을 추구한 반면 V 시리즈는 보편성보다는 특별함을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기기 전체에 금속을 입힌 ‘풀메탈’이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대세이지만 V10은 흐름에 맞서 실리콘을 소재로 사용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V10 디자인에 대한 선호도가 극과 극으로 갈린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우 상무는 오히려 “호불호가 분명하다면 우리 의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풀메탈로 하면 쉽죠. 보편적이니까요. 그런데 평범한 소재를 써서는 V 시리즈만의 정체성을 전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최근에는 V10의 양 옆 모서리에 순도 88.33%의 진짜 금이 사용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됐다. 우 상무는 “금은 미묘한 차이로 색깔이 ‘예쁘냐, 촌스럽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진짜 금을 넣지 않고는 원하는 색을 낼 수가 없었다”며 “원래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금을 넣었더니 중화권에서 호감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에 밀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순위에서 5위권 밖으로 밀려난 LG전자는 V10을 통해 도약을 노리고 있다. 다양한 가격대의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지만 LG전자의 주요 공략 포인트는 프리미엄 시장이기 때문이다. 우 상무는 프리미엄폰 누적 판매량 1,000만대 이상인 업체가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3곳뿐인 점, 품질을 까다롭게 따지는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3위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LG스마트폰의 경쟁력을 자신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셀카봉이 유행했을 만큼 트렌드에 민감한 나라예요. 한국 업체라는 강점을 앞세워서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발 빠르게 충족하겠습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