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의원들이 25일 밤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기 위해 비밀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급습했다. 하지만 건물 내부에서는 문을 걸어 잠그고 경찰이 건물을 보호하며 대치 상황이 이틀째 지속됐다.
새정치민주연합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위’ 소속 도종환 김태년 유기홍 유은혜 정의당 정진후 의원 등은 이날 오후 8시 첩보를 입수하고 서울 종로 국립국제교육원을 급습했다. 도종환 의원은 “교육부 간부들이 TF에 참여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며 “청와대 보고와 언론 관리 등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이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과 보좌진 20여명이 진입을 시도했지만, 건물 내부에서는 문을 걸어 잠그고 황급히 불을 끄며 저지했다. TF 측은 의원들의 등장에 당황한 듯 컴퓨터를 옮기고 자료를 상자에 담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도 의원은 “처음에 사무실 문을 두드렸을 때 직원 두 명이 누구냐고 해 교문위원이라고 했더니 그 뒤부터 들어가 문을 열어주지 않은 채 무엇을 치우고 불을 끄고 했다”고 말했다.
곧이어 경찰 100여명이 출동해 건물을 에워쌌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 8시40분쯤 누군가 창문을 깨고 들어오려 한다는 신고가 들어와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며 “어디서 온 신고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다음날 새벽까지 기다리며 잠긴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이들은 “건물 안에 김관복 교육부 기조실장 등 간부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 밖으로 나오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느냐”고 항의했지만, 건물 내부는 묵묵 부답이었다.
교육부는 26일 0시 30분쯤 긴급 해명자료를 내고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과 관련해 업무 증가로 현행 역사교육지원팀 인력을 보강했다”고 해명했다.
일부 의원들이 현장에 남아 밤을 지새면서, 대치 상황은 이틀째 이어졌다. 26일 오전 10시 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일상적인 교육부 업무를 한 것이라고 답변하고 있는데 일상적인 업무라면 문을 못 열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교육부 소관 기관에 대한 업무 파악은 국회의 정당한 권리인데 교육부가 모두 무시하고 있다. 이 같은 의정활동 방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의 기자회견을 하는 중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소속 회원들이 몰려와 욕설을 퍼붓는 등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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