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교문위 회의 참석위해 철수
보수단체 몰려와 소란… 서장 폭행도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태스크포스(TF)’ 운영을 놓고 야당 국회의원들과 경찰이 벌인 사무실 앞 대치가 하루를 넘겨 19시간 만에 종료됐다.
25일 오후 9시쯤 야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위원들이 TF가 위치한 서울 대학로 국립국제교육원을 항의 방문했으나 TF 직원들이 경찰 신고 뒤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면서 시작된 대치는 26일 오후 3시쯤 의원들이 현장에서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보수단체 회원이 혜화경찰서장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날 밤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도종환 유기홍 유은혜, 정의당 정진후 의원 등은 TF 관련 제보를 입수하고 국립국제교육원을 급히 찾았다. 야당 의원들과 보좌진 20여명은 사무실 진입을 시도했지만 TF 직원들이 문을 잠그고 황급히 불을 끄며 출입을 저지했다. 건물 내부에서는 의원들의 등장에 당황한 듯 컴퓨터를 옮기고 자료를 상자에 담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곧이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100여명이 건물을 에워싸면서 대치가 시작됐다. 경찰 관계자는 “누군가 창문을 깨고 들어오려 한다는 신고가 들어와 진입을 통제했으며, 신고 출처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물러나지 않은 채 밤새 건물 앞을 지켰으나 단 한 명의 직원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들은 “건물 안에 김관복 교육부 기획조정실장 등 간부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의원들은 이튿날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 소관 기관에 대한 업무 파악은 국회의 정당한 권리인데 교육부가 무시하고 있다”며 “의정활동 방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오후 3시30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인 기자회견과 교문위 전체회의 참석을 위해 현장을 빠져나갔다.
양측의 대치 사실이 알려지면서 TF 건물 주변에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몰려와 거세게 항의하는 등 소란도 일었다. ‘어버이연합’ 소속 회원들은 야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현장에 난입해 “(야당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말을 만들어 선전ㆍ선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어버이연합 회원 1명이 정용근 혜화경찰서장을 때린 혐의로 연행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들어 분위기가 가열되자 경비 병력을 3개 중대 240여명으로 늘려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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