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교문위 의원들 제보 듣고
늦은 밤 비공개 공간으로 긴급 방문
공무원들 사실상 격리 공통점
격렬한 물리적 충돌은 없어
野 명확한 물증제시도 차이
"국민 공분 확산 계기되긴 어려워"
교육부의 이른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태스크포스(TF) 논란은 2012년 대선 직전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여러 모로 닮았다. 야당이 정부 차원의 비밀 TF를 지적하자 여당이 야당 의원들의 ‘불법 감금’을 도리어 문제 삼는 것부터 당시 상황과 판박이로 같다. 하지만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는 파장의 크기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 아지트에 갇힌 현직 공무원과 야당의 기습
발생 당시 상황만 비교하면 두 사건은 언뜻 동일선 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국정원 여직원 사건은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관련 제보를 받고 2012년 12월11일 자정 무렵 여직원 김모씨의 개인 오피스텔을 집단으로 찾아가 현장 검증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국정화 TF 사건 역시 야당 소속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이 제보를 듣고 26일 밤 8시에 교육부 청사가 아닌 국립국제교육원을 찾아 가면서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 늦은 시간 기습적인 야당 의원들의 방문이 이뤄졌고, 장소도 청사 등 사무실이 아닌 현직 공무원들의 비공개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셈이다.
당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상황도 유사하다. 국정원 여직원과 TF 측 관계자 모두 야당 의원들의 기습 방문에 출입문을 닫은 뒤 경찰에 신변 보호를 먼저 요청해 대규모 병력이 현장에 배치됐다. 또 두 사건은 대치 시간만큼 해당 공무원들이 실제로 외부 출입을 할 수 없었다는 측면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 대치 성격 달라…“처벌 대상 안 될 듯”
유사하게 시작한 두 사건은 대치 국면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성격을 달리했다. 국정원 여직원 사건의 경우, 좁은 통로에서 야당 의원과 당원, 취재진 및 경찰 등이 몰려 극심한 몸싸움과 고성이 오갔지만, 국정화 TF 사건에선 야당 의원들의 면담 요청과 답을 기다리는 과정만 이어졌다. 가족들의 면회까지 불발될 만큼 격렬한 대치가 있었던 국정원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에선 물리적 충돌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두 사건은 구체적인 물증 제시 유무로도 구분된다. 국정원 사건에선 야당이 제보 내용만 공개했을 뿐, 사건과 관련된 명확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선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T/F 구성·운영계획(안)’ 문서를 공개해 대치 정국의 명분을 확보했다.
야당이 불법적인 TF 구성을 문제삼고 여당이 불법 감금의 형사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야의 희망대로 결론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우선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이번 사건의 파장은 크기 자체가 다르다는 분석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TF 운영과 국가 공조직이 여론을 조작한 사안은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며 “TF를 비밀리에 운영했다는 건 문제지만, 국민의 공분을 크게 확산시킬만한 계기가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의 불법감금 처벌 주장도 무리로 보인다. 장진영 법무법인 강호 변호사는 “밖에서 못나오게 막는 등 피해자의 거주 이전 자유에 대해 제한을 가한 실질적 행위가 있어야 감금 혐의가 성립된다”며 “야당 의원들의 위법적 행동이 없어 형사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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