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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심의권 되레 줄어들어… 비판, 감시 기능 약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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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심의권 되레 줄어들어… 비판, 감시 기능 약화됐다

입력
2015.10.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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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선진화법 시행 따라

내달까지 여야 협상 불발되면

정부예산안 자동 부의돼

"느긋해진 기재부는 무성의로 일관, 졸속 심사 우려" 의원들 볼멘소리

힘의 균형 행정부로… 쏠림 현상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201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 내용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재경 위원장과 새누리당 김성태,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여야 간사가 논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201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 내용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재경 위원장과 새누리당 김성태,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여야 간사가 논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 시행 이후 국회의 예산심의권이 되레 축소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1월 30일까지 여야 협상이 불발되면 정부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다 보니 정부의 일방통행이 가능해지고 국회의 비판ㆍ감시 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 정부, 노골적으로 국회 무시

정부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해 국정교과서 개발 비용 44억원을 예비비로 편성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등 야권이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기 위한 예산은 한 푼도 허용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자 아예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항목에서 이를 지출키로 한 것이다.

야당은 일제히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무력화시켰다”며 강력 반발했다. 그러면서 예비비 편성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정해진 절차를 밟아 진행됐다”며 철회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야당은 분기탱천했지만, 그렇다고 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별다른 방안도 없어 보인다.

새정치연합의 한 핵심당직자는 “새누리당이 툭하면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정작 개정하고픈 쪽은 우리”라며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 때문에 정부로서는 국회, 특히 야당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이젠 노골적으로 야당을 무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결특위 소속 한 새누리당 의원도 “정부가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고 국회가 예산을 증액할 경우엔 기재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그렇잖아도 국회가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예산이 3조원 내외로 전체의 1%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선진화법이 시행되다 보니 기획재정부로서는 여야 협상에 굳이 목을 매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콧대 더 높아진 기획재정부

사실 이 같은 모습은 지난해 연말국회에서 이미 예견됐던 바다. 2015년도 예산안 증액심사 첫날 기재부 관계자가 내부 협의 미비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불참한 것이다. 발끈한 새정치연합이 계수조정소위 의원들을 전원 철수시키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지만, 양측의 신경전은 유야무야됐다.

지난해 예결특위 소속이었던 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대치할 때면 전전긍긍하던 이전의 기재부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야는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이견 등으로 심사기한을 이틀 연장한 끝에 12월 2일에야 수정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정부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해 의원들은 노심초사한 반면 느긋해진 기재부는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회상했다.

새누리당 소속인 김재경 예결특위 위원장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관련, “선진화법 시행으로 시간은 정부의 편이 돼서 정부가 심의 과정에 적극 협조할 필요성이 줄었다”며 “국회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예산심의권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 “정부와 의회 균형 이미 상실”

국회의 예산심의권 축소가 결국 정부와 의회 간 균형 상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회의 핵심기능이 입법과 예산심의인데, 선진화법으로 예산심의권이 약화됐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명령 강화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함으로써 입법권능도 땅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문우진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권력분립과 함께 의회의 견제 기능이 더 중시된다”며 “그러나 선진화법의 자동부의제 조항으로 의회의 교섭력이 약화되고 국회법 파동으로 행정부의 권한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역주행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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