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의 정상화는 사명, 국정교과서, 왜곡·미화 좌시 안해"
논란과 갈등 정국 정면돌파 의지
野 강력 반발… 사태 장기화 예고
교육부 "내달 5일 예정대로 고시"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정상적인 역사교육의 정상화”이자 “우리세대의 사명”으로 규정하면서 진영 간 역사 전쟁으로 번진 국정화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또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종착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라는 야권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야권은 “국정교과서 강행을 중단하고 민생 살리기에 전념해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했다”고 반발해 이른바 국정화 정국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편성한 새해 예산을 설명하는 자리인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역사교과서를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세대의 사명”이라고 못박았다. 박 대통령이 ‘국정화’ 대신 ‘정상화’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지층 결집과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의 반전을 노린 것이다. 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확고한 국가관을 가지고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자라도록 하기 위해” 등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교육 정상화’라는 논리를 강조해 야권의 ‘과거사 왜곡 시도’라는 프레임에 맞섰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일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친일 행태ㆍ독재 정권 미화가 국정화의 숨은 의도 아니냐는 시각을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 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 한다”면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며 야권의 국정화 반대 공세를 ‘소모적 정쟁’으로 몰아 세웠다. 또 “우리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하면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 있고 민족정신이 잠식당할 수 있다”는 논리로 좌편향 역사교과서 바로잡기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노동개혁을 비롯한 국정 현안들을 빨아들이고 있고 내년 총선 구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물러서지 말라’는 강력한 사인을 여권과 보수층에 보냈다. 이에 따라 청와대ㆍ여당 대 야당, 보수 대 진보 진영의 역사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여권은 즉각 역사교과서 국정화 밀어붙이기에 나섰다.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갖고 “11월5일 중등교과용 도서 국검 인정 구분 고시를 하고 11월 중순까지 집필진 구성을 완료한 뒤 11월 말부터 교과서 개발에 착수하겠다”며 국정화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저녁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장외 촛불집회를 열어 국정화 반대 여론 확산에 나섰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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