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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봄이]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하며

입력
2015.10.2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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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있었습니다. 매 시즌의 경험은 언제나 소중했지만 올 시즌만큼은 어느 해보다 더 특별한 시즌이었습니다.

작년 2014년 11월 마지막 경기가 있던 날 저는 사고와 함께 큰 부상을 당하며 경기를 포기해야 했고 큰 수술 후 회복부터 재활, 체력운동까지 빠른 복귀를 위한 많은 노력들을 해 왔기 때문입니다.

부상 당시 병원에선 더 이상의 레이싱은 너무나 위험하기에 그만 둘 것을 권장했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간절한 레이스의 꿈을 접기엔 아직 못 이룬 것들이 참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공적인 복귀를 위해 참 열심히 재활에 임했고, 그 결과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보다 한 단계 높은 클래스에 도전하게 되었기 때문에 심적인 부담감과 지난해 사고의 트라우마를 극복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고 그렇게 복귀전 이후 매 경기마다 몸싸움에서 밀리고 속도를 내야 하는 구간에서 예전만큼 과감히 내달리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한 경기 한 경기 나와의 싸움에서 지쳐갔고, 자책도 늘었습니다. 시즌 내내 한계에 다다른 걸까 의심한 적도 많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래도 또 한 번 극복해보고 싶었습니다.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걸 마지막 경기 때 성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때문에 이번 대회를 어느 때 보다 더 혹독하게 준비해 서킷 위에 섰지만, 연습 성적은 기대와 달리 너무 저조했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때쯤 팀 선배들이 내민 손을 잡았습니다. 선배들의 꼼꼼한 조언과 함께 모두가 한마음으로 저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연습한 끝에 안정된 랩타임을 만들었고, 상위권까지 노려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생겼습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레이스 시작을 알리는 예선. 그런데 갑작스럽게 예보에 없던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저는 작년 마지막 경기 때의 사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에도 예선 때 비가 내리는 바람에 변수들이 많았고, 그것이 사고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비슷한 환경 속에 다시 겁이 났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당당히 임했습니다. 성적은 16명 중 9위.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경기의 결승. 스타트 그리드에 섰을 때 참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사고만 피하자, 기권은 없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시동을 꺼뜨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했습니다. 최하위로 출발한 탓에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어쩌면 행운이기도 했습니다. 뒤늦은 출발로 초반 순위경쟁 때 생긴 사고들을 피해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행운을 안고 2015 마지막 레이스를 4위로 마치게 됐습니다.

사고 이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정상적인 레이스를 펼치지 못한 내 모습을 보면 미칠 만큼 슬펐고 때로는 은퇴까지도 생각해 봤습니다. 하지만 정말 많은 노력과 팀원들의 조언 덕에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로 시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고비 때 좌절했다면, 이 같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을까요? 레이싱에 대한 큰 교훈을 얻은 경기였습니다.

올해 마지막 레이싱을 통해 사고의 트라우마도 훌훌 털어버리고 이제 다시 새로운 시즌을 위해 더 노력하려 합니다. 사고 때부터 재활 복귀, 그리고 시즌 마무리까지 함께 믿고 항상 힘내라며 응원해주신 우리 서한퍼플모터스포트 식구들께 감사 드리고 지금까지 부족한 글을 보면서도 응원해주신 한국일보 독자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 된 모습으로, 서킷 위에서 뵙겠습니다.

여성 카레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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