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무리하게 1년을 앞당겨 2017년 3월 역사 과목의 국정교과서 전환체제를 강행하면서 ‘짝꿍’격인 역사부도로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역사부도는 2018년에나 개정될 예정이라 새로 바뀌는 역사 교과서와 1년의 간극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계획대로라면 일선 현장에선 1년간 단원 구성이 맞지 않는 기존 역사부도를 불가피하게 사용해야만 한다.
역사부도는 역사교과서의 제한된 지면에서 보여줄 수 없는 지도나 도표 등의 시각 자료를 풍부하게 담은 교과서다. 중고등 역사교과서 단원 구성에 맞춰 제작되며 교사들이 해당 단원에 대해 깊이 있는 설명을 할 때 사용된다.
교사들은 2017년 국정교과서 전환 계획대로라면 그 해에는 역사부도가 무용지물이 돼 수업 활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경기 지역의 한 고등학교의 국사 교사 A씨는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바뀌게 되면 고등학교 근현대사의 비중이 줄어들고 단원 구성이 완전히 달라져 기존 역사부도의 구성과는 현저하게 차이 날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로서는 학습권을 침해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와 역사부도의 배포시기에 따른 간극은 인정하면서도 교과서 집필과 운용방식으로 보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등학교의 경우 역사부도가 필요 없을 만큼 지도나 이미지 등을 한국사 교과서에 충실히 채워 넣으면 2017년에 역사부도 없이도 수업이 가능할 것”이라며 “중학교는 대부분 1학년 때 사회를 배우고 2,3학년 때 역사교과서를 배우기 때문에 학교에서 2학년 때인 2018년 새롭게 출판될 역사부도와 함께 역사를 가르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해명은 주먹구구식 핑계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방이동 보성중학교의 왕홍식(49) 교사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역사를 가르치는 학교도 상당수 있는데 2학년 때부터 가르치면 된다는 논리는 학교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역사부도 없이 교육이 가능하도록 교과서를 제작하면 된다’는 교육부의 논리는 역사부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필요한 도표나 이미지 등을 삽입할 경우 교과서가 엄청나게 두꺼워질 뿐만 아니라 역사부도 사용이 필요 없다는 건 역사부도도 교과서 중 하나라는 고시와도 맞지 않는 것”이라며 “국정교과서 체제를 강행하는 무리수를 둔 탓에 급조한 변명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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