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편찬 원칙 밝혀 논란
"민주화 이전 원로 세대로 구성해
북한 관련 대목 등 축소될 전망"
역사학자들 편향된 서술 우려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강행하는 가운데,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28일 향후 국정 교과서의 집필진 구성과 서술방향의 가늠할 수 있는 4가지 편찬 원칙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투쟁사보다는 경제성장 민주화 등‘자랑스런 대한민국 역사’기술에 무게를 두고 ▦친일ㆍ독재 미화를 배제하며 ▦노ㆍ장ㆍ청을 아우르는 필진을 구축하고 ▦근현대사의 경우 역사학자는 물론 정치ㆍ경제ㆍ헌법 등 사회과학계열 학자를 다양하게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김정배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ROTC중앙회가 마련한‘제 7회 ROTC 나라사랑조찬포럼’에서 이같은 내용으로 강연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각 분야에서 성취를 이뤘다. 이제 투쟁사 일변도 역사를 한숨 돌리고 골고루 조화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 민주화 이후 역사학의 중심이 반독재 민주화 투쟁 위주로 서술되면서 대한민국 역대 정부의 치적보다는 치부 위주로 현대사가 기술되고 있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오늘의 경제를 실감나게 보여줘야 한다”며 “경제발전 과정에서 분신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정주영, 이병철 같은 훌륭한 업적 이룬 분들이 등장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현재 검인정 교과서가 전태일 열사의 분신 등 경제성장기의 노동운동을 조명하는 점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보수세력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향후 국정교과서가 경제성장기를 다룰 때 정경유착이나 노동착취 등 재벌의 과 보다 공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ㆍ장ㆍ청을 아우르고 근현대사 서술을 정치ㆍ경제ㆍ헌법학자들로 채우겠다는 발언도 논란거리다. 역사학계에서는 사실상 민주화 이전 세대로 보수적인 원로학자들 중심으로 필진을 구성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또한 다양성을 명분으로 진보성향의 청ㆍ장년 역사학자들을 집필자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결국은 입맛에 맞는 뉴라이트 쪽 사람들을 불러서 쓰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학계에선 다양한 학자들이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경우 자칫 ‘역사 서술의 통일성’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는“역사 서술이 역사학자들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특정 분야만 갖고 시대 전체를 통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만약 집필진을 구성하면 거의 교수로 구성하고 중ㆍ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충분히 검토하도록 하겠다”고도 언급했다. 현재 검인정교과서의 집필에 현직 교사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는데, 보수세력은 이들 대부분이 전교조 소속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들이 집필에서 배제될 경우 친일파 숙청에 소극적이었던 이승만 대통령과 친일전력이 있는 박정희 대통령을 ‘철저한 배일정책’을 편 이승만,‘경제발전의 초석을 닦은’ 박정희 식으로 물타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관련 대목의 서술 분량이 감소할 점은 분명해 보인다.‘해방 이후 남한 만의 단독선거를 주장한 이승만의 ‘정읍발언’이 북한의 인민위원회 조직보다 앞에 쓰여져 분단의 원인이 남한에 있는 것처럼 읽힌다’는 정부 여당의 인식이 투영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은 “주체사상 서술이나 일제 치하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도 교과서 상에서 구색 맞추기 식으로만 거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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