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다른 팀 소속 3명
정킷방서 수억 잃고 자금 또 빌려"
현지 취재 결과 연루자 추가 확인
중견기업인·연예인 목격설도
검·경 수사 확대 불가피할 듯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 간판급 선수 3명을 비롯 기업인들이 마카오 원정도박 의혹으로 경찰과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다른 프로야구 구단 선수들도 마카오 카지노를 찾아 거액 도박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들은 현지에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의 돈을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가 잇따라 드러나 삼성 선수들의 도박 의혹에 제한된 수사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3~26일(현지시간) 한국일보가 마카오의 특급 카지노 호텔들을 찾아 취재한 결과, ‘잭팟’의 마카오를 찾아 거액 도박을 한 프로야구 선수들은 삼성의 3명 이외에 다른 팀 소속 6명 등 모두 9명에 달했다. 과거 삼성 출신 유명투수 1명과, 2개 구단의 선수 5명도 거액 도박을 했다는 증언이었다. 현지 한국인 ‘에이전트(호객담당)’들은 “최근 몇 년 간 시즌이 끝난 뒤 마카오를 방문해 도박을 즐기는 유명 프로야구 선수들을 다수 목격했다”고 말했다. 다른 에이전트는 “지난해 말 지방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팀 선수 3명이 한 특급호텔에 마련된 ‘정킷방’에서 수억원대 판돈을 놓고 바카라 게임을 했다”며 “A선수는 몇 해 전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터트린 인물로 도박자금 역시 A선수가 주도적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킷방은 호텔 카지노측과 중국계 기업이나 도박업자가 카지노 VIP룸에 임대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사설 도박장으로 게임 테이블 당 임대료만 4억~8억원에 달한다.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해당 선수들은 마카오 타이파섬의 ‘씨티오브드림(하야트-크라운-하드록 호텔)’ 정킷방에서 바카라 게임을 하다 수억원을 잃고 다시 갤럭시 호텔 정킷방으로 이동해 게임을 이어갔다. 그는 “이들은 한인 에이전트를 통해 도박장소를 소개 받았고 최초 판돈을 잃자 현지에서 다시 현금을 조달했다”고 말했다. 실제 판돈을 구해달라는 전화를 받은 환전업자는 “당시 평소 알고 지내던 에이전트로부터 ‘○○구단 소속 선수 3명이 도박을 하는데 다 죽고(잃고) 다른 호텔로 이동 중이다. 당장 500개(500만 홍콩달러. 한화 약 7억원)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당시 달러 융통이 쉽지 않아 결국 다른 환전업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갤럭시 호텔에서도 돈을 모두 잃고 서울로 돌아온 뒤 갚았다.
또 다른 지방연고 팀 소속 B선수 역시 동료 1명과 함께 2011년 말 마카오 카지노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들과 같은 정킷방에서 바카라 게임을 했다는 한 현지인은 “두 선수는 엠지엠호텔 36층 VVIP 정킷방에서 게임을 했다”며 “7,000만~8,000만원 정도의 판돈이 오간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해당 선수들은 원정도박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A선수는 “마카오를 간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고, B선수 역시 “마카오를 찾은 것은 맞지만 관광차원이었고 소액으로 퍼블릭 게임장에서 재미 삼아 다양한 게임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내사가 진행 중인 삼성선수들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현지 관계자는 “올해 1월쯤 문제의 선수 3명 외에 삼성 출신 선수 1명 등 총 4명이 며칠 시차를 두고 헬기를 이용해 홍콩에서 마카오로 이동했다”며 “호남 조폭 출신 정킷 관리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갤럭시 알트라 씨오디 호텔 등에서 바카라 게임을 했는데 1명을 제외한 3명이 큰 게임을 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선수들 외에도 중견기업인, 연예인 등 상당수 유명 인사들이 최근까지 마카오 카지노를 드나들다 현지인들의 눈에 포착됐다. 한 환전업자는 “마카오정부로부터 공로상을 받은 중견기업인부터 탤런트, 개그맨 등 마카오 카지노를 상습적으로 찾는 유명인들이 한 둘이 아니다”고 전했다. 현지 한인 가이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직격탄을 맞은 카지노들에게 한국인들이 ‘봉’이 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마카오=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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