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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자연사박물관서 도둑맞은 최고의 사파이어 '인도의 별'

입력
2015.10.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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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흔히 보석 같다고들 하지만, 보석 중에서도 특히 귀하고 값진 것들은 저만의 이름을 지닌다. 한 점 흠이 없어 ‘완벽(完璧)’이란 말을 만들고 훗날 진시황의 옥새가 되었다는 ‘화씨지벽(和氏之璧)’은 ‘한비자’가 전하는 옥(玉)의 이름이다. 3,106캐럿짜리 원석의 무색ㆍ투명한 다이아몬드에서 300~500 캐럿대 크기로 분리 가공돼 영국 여왕의 왕관과 홀에 박힌 9개의 보석 이름은 ‘아프리카의 별’이다.

사파이어 가운데 가장 크고 유명한 건 1930년대 호주 퀸즈랜드에서 채굴된 ‘블랙 스타’다. 한 농부가 검은 크리스털로 알고 문지방 돌로 쓰다가 47년 한 보석상에게 팔았고, 그게 크리스털이 아니라 블랙 사파이어라는 걸 알게 된 보석상이 1,156캐럿이 넘는 원석을 가공해 만든 게 733캐럿의 타원형 ‘블랙 스타’다. 사파이어는 대개 푸른 색이지만, 성분광물의 종류와 함량에 따라 초록색 노란색 오렌지색도 있고, 검정색도 있다. ‘블랙 스타’는 몇 차례 주인이 바뀌다 2002년 새 주인을 만났지만 가격도 구매자의 신원도 공개되지 않았고, 당시 추정가만 1억 달러였다고 알려져 있다.

‘블랙 스타’보다 크기는 작지만, 아름답기로는 최고로 꼽히는 사파이어가 ‘인도의 별(Star of India)’이다. 563.35 캐럿의 타원형 청회색으로, 중심에서 뻗어나간 성채(星彩ㆍ별모양의 빛줄기)의 광휘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한다. 블랙 스타는 보석 가장자리에 성채의 중심이 놓여 있다.

인도의 별
인도의 별

‘인도의 별’은 미국의 세계적인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의 보석 전문가 조지 쿤츠(George Kunz)라는 이가 J.P모건의 의뢰로 1900년 개최한 파리 보석박람회를 통해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유명한 보석들은 저마다의 전설과 역사가 있지만, ‘인도의 별’은 스리랑카에서 채굴됐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을 뿐, 누가 언제 채굴해서 누가 가공하고 소유해왔는지 전혀 알려진 바 없다. 쿤츠 역시 “유전(流傳)의 역사가 다소 모호하다”고만 밝혔다. J.P 모건은 박람회가 끝난 뒤 ‘인도의 별’을 뉴욕자연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인도의 별’은 1964년 10월 29일의 도난사건으로 더 유명해졌다. 더 적확하게는 도둑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박물관 화장실 창을 통해 침입했던 3인조 도둑은 이틀 뒤 체포됐고, 보석은 모종의 협상 끝에 이듬해 1월 마이애미의 한 버스 터미널 로커에서 회수됐다. 도둑 주범은 잭 머피(Jack Murphy)였다. 그는 15살에 피츠버그 교향악단과 협연을 할 만큼 실력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였고, 프로 서퍼였고, 촉망 받는 테니스 선수였다. 머피는 이후 절도와 1급 살인등 범죄 행각을 이어갔다. 그의 이야기는 75년 ‘머피 더 서퍼(Murphy the Surfer)’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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