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소금, 특히 천일염에 관한 논쟁은 많은 이들에게 아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다. 그뿐만 아니다. 음식 만드는 법과 식재료 상식 등 식문화 전반에 관한 것들이 대화의 주제로 오르내리고 있다. ‘소고기 등급제의 문제점’이나 ‘돼지고기를 얼마나 익혀 먹어야 하나’ 같이 필자도 쓴 이야기나, ‘탕수육은 소스에 찍어 먹어야 하나 뿌려 먹어야 하나’, ‘설탕은 과연 얼마나 먹어야 몸에 해로운가’, ‘MSG의 진실’ 같은 것들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음식 분야의 가장 큰 관심사는 보양식이나 맛집 탐방이었는데,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셈이다.
하긴 요즘은 TV를 켜면 요리사들이 화면에 넘쳐나고, 요리하는 남자들도 늘어간다니 이런 트렌드가 어쩌면 자연스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더 비싼 요리재료나 도구에 관심을 갖는다고 하니까 말이다.
요리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요리나 식재료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다. 이런 방향으로 가야만 내가 몸 담은 업계가 더 커지고 발전되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건강한 식생활 구조가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어두운 면들도 있는 법이다. 가장 걱정되는 두 가지를 꼽아보자면, 우선은 요리 콘텐츠가미디어를 통해서 너무 많이 그리고 빠르게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퍼진 정보가 불분명하고 위협적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식재료나 음식에 관한 정보들은 우리의 건강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미디어나 전문가의 한마디 한마디에 쉽게 행동을 결정한다. 예전의 쓰레기만두나 우지라면 보도를 잠깐 생각해 보자. 불분명하거나 틀린 정보라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관련업계가 곤경에 처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수십 년을 화학조미료라 불리며 ‘주방 속 절대 악’ 취급을 받던 발효조미료가 당당하게 장바구니에 들어갈 만큼 시대에 따라서 한 순간에 변하기도 한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음식이나 식재료 등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 모두가 어두운 측면이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미디어는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며, 요식업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은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까지도 책임감을 가져야 할 듯싶다. 가장 민감한 부분에 관해서 불신과 공포를 가져선 안될 일 아니겠는가.
오늘은 한국일보 브런치N스토리에서 글을 쓰는 마지막 날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미식과 식재료등에 대해서 써보고 싶었지만, 막상 아주 작은 부분에 관해서만 25회를 써 온 것 같다. 주방에서 요리나 하던 나에게 찾아온 좋은 기회를 잘 살려서 쓰고 싶은 이야기를 잘 썼는지 정말 모르겠다(솔직히 ‘드디어 끝나는구나’라는 안도감도 있지만 말이다).
역시나 마지막 회인 오늘도 그리 썩 좋은 글은 쓰지 못한 듯하다. 그래도 주방에서 약 20년 동안 일만 한 요리사가 내심 할 말은 많지만 표현이 서툰 것뿐이라고 많은 분들이 널리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한다. 그 동안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감사인사를 전한다.
Thanks you and let’s celebrate who we are : )-
요리사
레이먼 김 '포스트 Eat' ▶ 시리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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