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도미이치 (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법 마련을 위해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를 의제로 당국간 협상을 정식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2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통일부와 통일준비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세계평화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이 문제가 장애가 돼 한일 관계가 놀라울 정도로 멀어지고 (양국) 국민들 차원에서 반감을 드러내는 움직임도 나타났다”며 “박 대통령의 노력에 부응해 아베 총리가 결심을 굳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당국간 협상을 정식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진정한 협상을 한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사태 타개는 정상들의 책임”이라고 양국 지도자의 결단을 강조했다.
2일로 예정된 한일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분명히 밝히는 차원에서 회담 개시를 선언하고, 향후 당국 대화 채널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로 열리지 못하다가 2012년 5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열리게 됐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취임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특히 아베 일본 총리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무리야마 전 총리는 “아베 총리는 담화에서 ‘전쟁의 시대에 명예와 존엄에 상처 입은 여성들’이라고 두 번이나 언급한 만큼, 전쟁시대에 대한 자신의 반성이 진정성이 있었다는 점을 평가 받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뿐 아니라 보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무라야마 총리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 사죄의 뜻을 표하는 금전 지불 방식으로 아시아여성기금을 조성했지만, 일본 정부 기금으로 조성되지 않았다는 비판으로 한국의 피해자 3분의 1정도만 수령했다”고 지적한 뒤 “일본 정부는 기금을 받지 않은 피해자에 대해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노력해야 할 상황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또 “북일관계 정상화는 남북관계에도 반드시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북일 국교 수립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북일관계를 정상화하고 무역을 재개하면, 일본도 납치 문제와 핵 미사일, 경제협력 문제도 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선 북한이 협의 기간 중 핵실험을 하지 않고 핵무기 개발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6자 회담 재개도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6자 회담이 재개되면 북핵 문제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지역 군축 문제도 회담 테이블에서 거론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5년 총리 재직 때 일본의 식민지와 주변국 침략에 대해 ‘의심의 여지 없이 역사의 진실을 겸허히 받아들여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을 표하고 마음속으로부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내용의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2012년 두 번째로 집권한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하겠다는 의향을 밝혀 일본 국내는 물론 주변국의 반발을 샀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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