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전쟁’이라고 해도 너무들 한다. 상식 이하의 황당한 색깔론, 종북 이미지 덧씌우기가 공식 석상에서 횡행하고 온갖 저급한 막말이 어지럽게 오간다. 사실 왜곡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일삼는다. 국민들의 수준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서야 있을 없는 행태들이다. 정치의 품격을 추락시키고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을 한 없이 증폭시킨 대가를 어떻게 치르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28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늘어놓은 말은 듣는 귀를 의심케 할 정도다. 한마디로 “야당이 좌편향 교육을 고집하는 것은 장차 북한체제에 의한 적화통일에 대비해서”란다. 그는 정말 이렇게 믿고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거치고 청와대 홍보, 정무수석까지 지낸 국회의원의 머릿속에서 어떻게 이런 발상이 나오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같은 당 서청원 최고위원도 덜하지 않았다.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대남선전용 매체를 총동원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난하는 것은 남한 내 친북단체에 내리는 “공개지령”이라고 규정하고 사법당국에 적극적 수사를 촉구했다. 국정화에 반대하는 단체와 개인들을 수사하라는 공공연한 압박이다. 이러한 얼토당토 않은 주장이 국민들에게 통한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최근 국정화에 대한 국민여론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은 그런 억지주장, 용공 이미지 덧씌우기 탓이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서 최고위원은 교과서TF 사무실을 급습한 야당인사들을 “화적떼”, 교과서 국정화 반대세력을 “난신적자(亂臣賊子)”라고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야당 역시 조금도 지지 않고 거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무속인에 빗대 비난하는가 하면,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을 겨냥해 “두뇌의 정상화가 시급해 보인다”“그냥 친박이 아니라 친박실성파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해 사실상 미친 사람 취급했다. 같은 당 주승용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을 비판하면서 “듣다 보면 정신적인 분열현상까지 경험하게 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문재인 대표는 박 대통령이 발행되지도 않은 교과서에 대해 친일ㆍ독재 미화라고 하느냐고 한 것에 대해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나”라고 받아 쳤다. 제1야당 대표의 품격을 의심케 하는 언행이다. 날카롭고 논리정연한 비판이 아니라 말초적 감각을 자극하는 저급한 용어로 말장난만 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공감을 사기는커녕 야당에 대한 실망과 혐오감만 늘어가는 것이다.
여야 모두 품격을 돌아보지 않고 저속한 막말 전쟁을 일삼다가는 공멸만 있을 뿐이다. 더 늦지 않게 정신들 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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