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스타그램, 먹스타그램, 애스타그램, 럽스타그램 등 인기 해시태그가 많지만 11월에는 ‘산스타그램’에 한번 빠져보자. 이 찰나의 가을은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당신의 인스타그램을 화려하게 수 놓을 수 있는 계절이다.
등산객들의 발길을 재촉하는 명소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경기 포천에 위치한 명성산(922m)은 가을의 단면들을 모아볼 수 있는 곳이다. 명성산은 산정호수에서 바라보는 우람한 바위의 모습이 절경이라 포천에서 이름이 났지만 그 우락부락한 바위산 뒤편으로 솜털밭 같은 억새 평원이 숨어있다는 것은 아는 사람만 안다. 단풍놀이와 억새놀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다.
지난 29일 찾은 명성산은 단풍 절정기가 살짝 지나간 모습이다. 산중턱부터는 이미 오그라든 낙엽들이 낙하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산기슭에는 단풍꽃들이 여전히 빨갛게 피어있어 단풍놀이 인증샷을 찍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단풍이 좀 아쉽더라도 산등성이에 20만㎢나 펼쳐져 있는 억새 평원만큼은 장관이다. 명성산 억새꽃축제는 10월 8일부터 11일까지였지만 오히려 축제 기간이 좀 이른 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 여전히 하얗게 꽃 핀 억새가 하늘을 빗질하고 있어 가을의 정취를 돋운다. 강원 정선 민둥산, 전남 장흥 천관산, 울산 신불산 등 전국 억새 명소에 비해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다는 것도 장점이다.
게다가 억새꽃군락지를 보는 코스는 등산이라기보다는 평탄한 트레킹 코스에 가까워 남녀노소 모두 오를 수 있다. 상동주차장-비선폭포-등룡폭포-억새꽃군락지-팔각정으로 가는 코스가 4km로, 왕복 3시간이면 충분하다. 억새꽃군락지를 거쳐 삼각봉, 신안고개까지 거쳐 내려오는 완주코스는 9km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기왕이면 카메라에 가을의 감성을 듬뿍 담으면서 천천히 걸어보자.
그래도 빠질 수 없는 #먹스타그램
먹스타그램을 즐기는 이라면 명성산은 적어도 먹을 거리를 걱정할 필요는 없는 곳이니 안심하길 바란다. 산정호수 주변에는 식당들이 즐비해 있고, 등산로 초입 역시 여느 산들과 마찬가지로 거의 먹자골목이나 다름없다. 또 이동갈비로 유명한 포천 이동면 갈비촌까지는자동차로 불과 30분 거리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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