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수면 단계에 이르면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급속 안구운동을 하게 된다. 이를 ‘렘(REMㆍRapid Eye Movement)수면’ 상태라고 한다. 이 상태에서는 근육이 이완돼 신체 움직임이 거의 없어 꿈을 꾸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으로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숙면을 취함으로써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깊은 수면을 취하더라도 꿈을 꾸는 동시에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하거나 과격한 행동과 함께 욕을 하는 등 격한 잠버릇을 보인다면 병이 있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보통 60세 이상 고령인에게 이러한 잠버릇이 나타나는 경우 ‘렘수면 행동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보통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의 전조 증상의 하나라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렘수면 행동장애를 가진 환자에서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지속적인 저하가 관찰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병원 수면센터를 방문한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122명 중 파킨슨병ㆍ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렘수면 행동장애가 발병됐거나 추적이 불가능한 환자를 제외한 84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환자군의 9%가 렘수면 행동장애를 진단 받은 지 3년 만에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판정을 받았다. 18%는 진단 시점으로부터 5년 뒤, 35%는 6년 뒤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가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나머지 환자군의 46%에서 기억력, 수행능력을 포함한 인기지능이 지속적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최신호에 실렸다.
윤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84명 중 18명은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이 발병됐으며 나머지 66명 중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비율은 인지기능 저하가 관찰되었다는 사실을 통해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가 이들 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상당수가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들의 퇴행성 질환 이환율은 진단받은 지 6년 뒤를 기준으로 35%이며, 이는 이전 서구 연구에 비해 약간 낮은 비율이긴 하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수준”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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