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처음 발명된 후 여러 사람이 세계 최고속 기록을 세우겠다는 목표에 끊임없이 도전했다. 특히 영국인들이 기록에 집착했다. 현재 지상에서 기록한 최고 속도인 시속 1,227.985㎞도 영국에서 만든 스러스트 SSC가 1997년에 세웠다. 이 기록을 비롯해 여러 분야의 세계 기록을 모아놓은 것으로 유명한 기네스북도 영국 맥주 브랜드인 기네스의 후원으로 갱신되고 있다.
스러스트 SSC 이전에도 여러 영국인이 자동차로 최고속 기록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그 중 시속 400㎞ 벽을 깬 말컴 캠벨과 속도기록용 차인 블루버드 이야기는 이미 지난해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다.
최고속 도전은 이후로도 줄기차게 이어지면서 그 과정에 유별난 차들이 제작됐다. 대표적인 경우가 비행기 엔진을 얹은 자동차였다. 모험가들이 일반 자동차 엔진으로 충분한 성능을 얻지 못하자 더 크고 강력한 비행기용 엔진을 자동차에 넣겠다는 발상을 했다.
1923년에 제작된 피아트의 메피스토펠레도 그런 발상이 낳은 차 중 하나다. 영국 출신으로 여러 자동차 경주에 출전했던 어네스트 엘드리지가 만든 이 차는 이탈리아 피아트의 SB4 경주차를 개조한 것이다. SB4는 원래 배기량 18ℓ인 엔진을 쓰고 있었는데, 엘드리지는 그 엔진으로 만족하지 못해 피아트가 비행기용으로 만든 21.7ℓ 엔진으로 바꿨다.
엘드리지는 32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이 엔진을 차에 얹기 위해 차체 길이를 늘리고 버스 부품을 활용해 차체를 보강했다. 엘드리지는 1924년 7월 메피스토펠레를 몰고 시속 234.98㎞의 최고 속도 기록을 세웠다.
비슷한 방식으로 제작된 또다른 유명한 차량이 네이피어-레일턴이다. 네이피어-레일턴은 영국인 존 콥의 의뢰로 레이드 레일턴이 설계해 1933년 제작됐다. 이 차에 쓰인 엔진은 영국 엔진 회사 네이피어가 영국 공군기용으로 만든 W형 12기통으로, 배기량이 23.9ℓ나 됐고 최고출력은 580마력이다. 1933년부터 1937년까지 네이피어-레일턴은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 47차례나 분야별 세계 최고속 기록을 세웠다. 가장 유명한 기록은 1936년 미국 유타주 보네빌 소금호수에서 24시간 평균 시속 255.19㎞로 달린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 비행기의 제트 시대가 열리며 속도기록용 차에도 제트 엔진이 부착되기 시작했다. 지금의 세계기록을 세운 스러스트 SSC 역시 제트 엔진 덕을 봤다. 상식을 깨는 발상으로 자동차 최고속 기록에 도전하는 영국인들의 독특한 기질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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