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도사·암컷·5세)는 2012년 경북 구미 개농장에서 구조됐습니다. 저와 친구들 20마리는 뜬 장(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바닥에서 띄워 설치한 철창)에서 한 발짝도 못나간 채 사료도 물도 제대로 먹지 못했어요. 농장 근처 주민들이 산 속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난다며 동물자유연대에 구조를 요청했고, 우리의 삶은 세상 밖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모두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우리의 구조 모습이 TV를 통해 알려지자 무려 16마리가 새 가족을 찾았어요. 덩치가 큰 도사견들이 이렇게 빠르게 입양을 간 건 거의 기적 같은 일이었죠.
저도 처음에는 그 16마리 중 한 마리였습니다. 포도나무가 있는 마당에서 새 삶을 시작했지요. 하지만 1년이 지난 후 가족들은 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고 더 이상 저를 보살피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후 동물자유연대 보호소로 되돌아 왔어요.
사실 도사견은 보통 투견이나 식용으로 많이 길러집니다. 덩치도 큰 데다 인상도 험상 궂게 보여서 무서워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 텐데요 우리를 직접 보면 정말 성격 좋고 발랄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에요. 실제 저와 같은 도사견들이 올해 미국으로 입양을 갔는데요 반려견으로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제 외모의 특징은 주름 많은 얼굴에 부정교합으로 돌출된 아랫니입니다. 활동가 언니 오빠들이 대놓고 말 하진 않지만 “못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온순한 성격에 사람을 워낙 잘 따르고 좋아하기 때문에 10분만 함께 있으면 제 매력에 모두 빠진답니다. 구미에서 함께 구조된 울라(도사·수컷·5세)와도 방을 쓰고 있는데요, 울라와도 함께 잘 지내고 있어요. 보호소가 아닌 마당에서 마음껏 뛰놀며 가족들의 사랑도 듬뿍 받아보고 싶어요.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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