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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필진도 숨기면서 투명한 교과서 만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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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필진도 숨기면서 투명한 교과서 만든다니

입력
2015.11.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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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으나 정작 문제는 이제부터다. 국정화 교과서를 얼마나 수준 높고 충실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편찬 준거 마련부터 집필진 구성 및 공개까지 사회적 논란이 될 쟁점들이 즐비해 2017년 3월 학교 현장에 실제로 배포되기까지는 적잖은 험로가 예상된다.

국정화에 반대하는 다수는 친일ㆍ독재 미화 교과서의 등장을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교과서가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현재 진행되는 모양새를 보면 믿음이 가지 않는다. 약속 이행 여부를 가늠하려면 무엇보다 집필진의 투명한 공개가 전제다. 집필자 면면을 보면 국정교과서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사편찬위원회가 집필진 공개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크게 유감스럽다. 김정배 국편위원장은 대표집필진 가운데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 등 2명 만을 공개했다. 그나마 최 명예교수는 세간의 이목에 부담을 느껴 회견장에 나오지도 않았다. 국편 측은 더 나아가 “집필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지면 최종본이 나올 때까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고, 김 위원장은 “집필진을 편하게 해드리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고까지 했다.

진보는 물론 상당수 중도ㆍ보수 역사학자와 역사교사들까지 국정교과서 집필 불참을 선언하자 우편향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집필진 명단을 아예 공개하지 않을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밀실집필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우리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거라면서, 정작 국정교과서를 만든 이들의 이름을 가리는 것은 정부 스스로 당당하지 못함을 자인하는 꼴이다.

국정교과서 편찬 기준안 역시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국편은 당초 어제 공개할 것으로 예상했던 기준안을 이달 말에 발표한다고 미뤘다. 하지만 황교안 총리가 그제 발표한 기자회견 내용이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황 총리는 회견에서 뉴라이트 학자들이 주장해온 ‘건국절’을 제시했다. 현 검정교과서가 건국을 명시하지 않아 문제라는 논리를 폈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뉴라이트가 만든 교학사 교과서를 일방적으로 편들기도 했다. 공안검사 출신인 국무총리가 역사교과서 집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데 대해 교육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헌법 정신에 입각한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에 앞서 집필 과정에서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율성, 전문성부터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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