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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 잃어버린 7년... 국정화 이슈도 정부 대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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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 잃어버린 7년... 국정화 이슈도 정부 대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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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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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KBS와 MBC의 방송내용은 공영방송의 책임을 완전히 방기하고 있다고 할 만하다. 케이블과 경쟁하며 예능과 드라마는 점점 더 선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보도와 시사는 실종상태라고 할 만큼 약화됐다. 2008년 광우병 파동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통한 공영방송 통제가 본격화하면서 이후 저널리즘을 ‘공영방송의 잃어버린 7년’이라고 일컫는 이들도 있다.

주요 사회적 현안 축소, 외면

KBS MBC는 갈수록 사회정치적 현안을 외면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MBC본부가 최근 1년간 보도 및 시사교양 프로그램 모니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논란이 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및 심층보도는 실종 수준이다.

KBS와 MBC 메인 뉴스는 7월 9일 국정원의 불법 감청프로그램 사용 의혹이 제기되고 5일이 지난 14일에야 첫 보도를 했다. 종합편성채널인 JTBC가 ‘뉴스룸’을 통해 7월 10일부터 13일까지 11건을 보도한 것과 비교하면 침묵이나 다름 없다. 민간인 사찰 의혹은 21일까지 다루지 않았다. 같은 기간 JTBC는 21건, SBS가 1건을 다뤘다. 올해 7월 KBS 노조가 노조원 1,056명을 대상으로 국정원 해킹 보도 등 KBS가 권력 감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설문 조사에선 88.9%가 ‘그렇지 못하다’고 답했다.

시사교양국이 해체된 MBC에선 PD들이 만든 세월호 1주년 특집 프로그램을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4월 6~12일 ‘PD수첩’에선 ‘보험사의 두 얼굴’이, ‘리얼스토리-눈’에선 ‘신출귀몰 무속인 사기꾼’이란 선정적인 사건이 다뤄졌다. MBC 내부에선 “언론사로서 사회적 의무를 방기하고 세월호 참사를 사회적으로 완전히 배제하는 태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미정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공영방송의 보도행태를 보면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특정 정치적 사안은 아예 보도하지 않아 사안의 중요성을 축소한다”고 꼬집었다.

교과서 국정화는 정부 입장 대변

정치적 편향성도 심해지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에 대해 KBS는 정부가 공식 국정화 방침을 발표한 10월 12일부터 26일까지 국정화에 반대하는 여론을 별도로 다룬 뉴스를 1.5건(단신은 0.5건으로 계산) 내보냈고, MBC는 한 건도 내보내지 않았다. JTBC(19.5건)는 물론 보수 성향의 TV조선(2건)과 채널A(3건)의 반대 여론 보도보다 적다. 정부와 여당의 주장을 담은 뉴스는 KBS MBC가 같은 기간 7꼭지씩 다뤘다. 역사학계와 시민사회의 국정화 반대 여론에는 귀를 닫고 정부 입장을 대변한 셈이다.

대신 연성화된 뉴스, 선정적인 시사프로그램이 자리를 채웠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의 ‘사건보도 속 인권 침해 실태’보고서를 보면 공영방송이 살인과 성폭행을 다루는 뉴스를 더 많이 내보냈다. 2014년 1월 1일~2015년 4월 30일 지상파 3사의 메인 뉴스를 비교한 결과 살인 사건 보도는 MBC가 105건으로 가장 많았고, SBS가 64건으로 가장 적었다. 세월호 참사로 정부 비판이 고조된 2014년 5월 12일 SBS는 ‘뉴스8’ 톱뉴스로 검찰, 해경 책임 수사 관련 내용을 다룬 반면 KBS는 날씨를, MBC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을 톱뉴스로 내보냈다.

내부견제 작동 않고 자기검열만 팽배

정치적 잣대로 현안을 외면하고 심층 정보도 뒤떨어지다 보니 보도 및 시사프로그램의 영향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의뢰해 조사한 MBC ‘뉴스데스크’의 연평균 시청률은 2009년 8.9%에서 올해(10월 28일까지) 5.1%로 떨어졌다. ‘PD수첩’은 6.5%에서 3.8%로 반토막이 났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뉴스데스크’의 광고 판매액은 2011년 565억원에서 지난해 161억원으로 추락했다.

방송사 간부들은 대놓고 아이템 선정에 개입하면서 공공 저널리즘을 위축시켰다. KBS 교양국의 한 PD는 “길환영 사장 재임시(2012~2014년) 시사교양프로그램의 기획안을 공모해 부장 및 국장 등 간부급 임원들이 아이템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아이템 제작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길 전 사장은 ‘시사토론’의 주제선정과 패널 구성까지 간섭했다는 내부 폭로로 구설에 올랐었다.

노사 합의로 운영돼 온 내부 견제시스템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MBC 노조 관계자는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단협에 매달 개최하도록 명시한 공정방송협의회를 2012년 파업 이후 김재철 사장이 일방적으로 깬 뒤 운영되지 않고 있다”며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할 보루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MBC 보도국의 한 기자는 “명시적으로 아이템을 통제하지 않아도 오랜 노사 갈등과 인사탄압을 겪으며 보도국의 자기검열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학부 교수는 “7년 넘는 언론 통제 분위기 속에서 목소리를 내던 이들이 비제작부서 등으로 내쳐지며 기자와 PD들이 자기 검열을 하게 된 것이 공영방송의 더 큰 위기”라며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과 광우병 파동 같은 이슈를 다루던 과거와 달리 현 공영방송은 사회적 의제 설정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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